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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교 교과서 가격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교과서 출판사들 간 대립으로 시중 서점에 교과서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교과서 매장에 '교과서 입고 지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 특별대책위원회는 27일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가격조정 명령으로 교과서 발행 생태계를 철저히 파괴했다"며 "더구나 스스로 추진했던 '교과서 선진화' 정책을 뒤집어 발행사들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고 주장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교과서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고품질의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탓에 제작비가 크게 올랐는데 교육부가 다시 규정을 바꾸고 강제로 가격을 낮춰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교육부는 없는 규제를 만들어 교육기업을 고사시키고 교과서 개발에 참여하는 수 천명의 일자리를 앞장서서 없애고 있다"며 "이는 규제 개혁과 일자리 창출에 힘쓰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에 교육부가 산정한 교과서 가격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단가를 산정할 때 개발비를 인정했다고 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나 발행 후 수정·보완을 위해 들어가는 사후 비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성출판사 대표인 김인호 대책위원장은 "더욱이 업체 간 판매 경쟁으로 교과서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교육부가 소급입법까지 해가면서 가격을 낮춘 것은 과잉 규제"라고 지적했다.
발행사들은 교과서 가격이 정상화될 때까지 발행과 공급을 중단하고 가격이 하향조정된 교과서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교육부의 가격조정 명령을 중지할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하기로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미 교과서 공급을 마친 상황이지만 전학생과 교과서를 잃어버린 학생은 새로 구할 길이 없어졌다.
아침나라 대표인 황근식 대책위 간사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2015학년도 교과서 가격은 없다"며 "최악의 경우 전 학교에서 '교과서 없는 교실'을 운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이날 올해 새롭게 출간된 초등학교 3∼4학년, 고등학교 전 학년의 검정 교과서 30종 175개 도서 가운데 171개에 대해 가격조정명령을 내렸다.
이번 조정명령으로 초등 3∼4학년 교과서 가격은 출판사의 희망가격 평균인 6천891원에서 34.8%(2천399원) 인하된 4천493원, 고등학교는 희망가격 평균인 9천991원에서 44.4%(4천431원) 내린 5천560원으로 각각 결정됐다.
출판사들이 제시한 최대 인하폭은 희망가격의 20%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가격은 전체 교과서 가격 인하율을 단순 계산한 것"이라며 "발생 부수가 적은 교과서는 희망가격이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졌지만 부수가 많은 것은 50∼70%까지 하향조정됐다"고 말했다.
미술 교과서를 출판하는 미진사 김현표 대표는 "40부가 채택된 교과서는 희망가격을 그대로 인정했는데 18만부가 채택된 교과서는 67%를 낮춰 경영에 타격을 입게 됐다"며 "그나마도 결정이 늦어져 책값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황 간사는 "발행사들이 납품한 책값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하자 협회 차원에서 기채(빚으로 재원 조달)를 해주기까지 했다"며 "하루 이자만 970만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