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선거가 축제로 나아갈 수는 없을까. 선거는 국가기관을 구성하고, 국가권력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며, 국민의 정치참여를 현실화하고, 국가기관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선거제도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선거의 정치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수 없게 되므로 많은 사람들은 더이상 선거가 혼탁해져서는 안된다고, 유권자들이 깨어나야한다고 수없이 되뇐다. 아무리 법과 제도가 잘돼 있더라도 유권자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혼탁하고 어지러운 선거가 되고, 결국 그 선거로 선출된 사람들은 또다른 위법행위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까지 선거를 치를 때마다 위법사례들을 봐왔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부정감시단을 만들어 이를 감시·단속해왔다. 선거가 마치 부정한 행위가 전제되는 것처럼 비쳐왔던 것이다.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2천92건의 선거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고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도 또다시 위법으로 얼룩진 결과가 나타날지 모른다. 지난 1월 기준 전국의 선거법 위반은 총 1천30건에 이르고 있다. 관련 기관도 긴장해, 경기도는 공무원 선거 개입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특별감찰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선거는 축제가 돼야한다. 그리고 얼마든지 축제로 나아갈 수 있다. 중앙선관위도 선거부정감시단의 이름을 '공정선거지원단'으로 바꿔 위법 활동을 방지하고 관련법을 잘 안내해 선거가 축제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선거운동만으로도 충분히 유권자를 설득하고 정당성을 얻어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다. 제도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데도 법을 위반해 유권자를 속이거나 매수하는 자는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점을 알아야한다. 정치에 대해, 선거에 대해 '아는 척'만 했던 점을 반성해야한다. 정치인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무관심에 기초해 정치를 하려고 하는데, 이는 민주주의 제도를 가장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선거만 끝나면 뽑힌 자들은 민주를 잊고 국민들 위에 군림하곤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위법행위를 통해 당선되려고 하는 후보가 있다면 단호하게 표를 던지지 말아야 한다. 프랭클린 P. 애덤스는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법을 어긴 후보를 뽑으면, 유권자들은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박탈된 후보들 때문에 보궐선거 비용까지 부담해야한다.
선거가 가까워져오면서 새로운 4년을 이끌겠다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서고 있다. 그들이 영웅이길 바라지 않는다. 정해진 법과 제도를 따를줄 알고 진심으로 남을 배려하며 지역일꾼으로서의 철학이 있었으면 한다. 선량한 사람을 일컬어 흔히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번 선거과정에서는 법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사람들을 봤으면 한다. 법이 필요없는 선거를 꿈꾸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오수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