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위로 상임지휘자로서의 첫 발걸음의 무게가 더해졌고, 서울시향 부지휘자 출신이라는 경력과 국내 최초 국공립 오케스트라의 여성 지휘자라는 타이틀에 쏠린 시선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안 그래도 묵직한 곡이 더 무겁고 진지하게 연주됐다 해도 당연하게 느껴졌을 테지만, 이날 공연장에서는 말러가 부활했고, 경기필은 말러의 부활을 '경기필 서곡'처럼 연주했다.
연주가 끝난 후에는 기립박수가 오래 이어졌다. 서곡 뒤에 이어질 본연주에 대단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는 관객의 화답이었다.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경기필 성시연 상임지휘자의 취임연주는 공연계획이 발표되면서부터 음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날 연주회에는 평소보다 많은 음악 평론가와 전공자 등이 참석했다. 객석은 일찌감치 가득찼다. 경기필도, 성 지휘자도 말러 교향곡 2번은 처음이었다. 연주 직전의 긴장과 설렘은 무대와 객석을 팽팽하게 조였다.
경기필은 전과는 확실히 다른 연주를 선보였다. 이전의 경기필은 젊은 연주자들이 많은, 힘있고 활기찬 악단이었다. 이날은 힘에 절도와 절제가 더해졌다.
정제된 연주에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국립합창단, 서울시립합창단의 음색이 더해지면서 말러가 음악에 담고자 했던 부활의 의미는 한층 더 분명하게 관객에게 전해졌다.
삶과 죽음과 부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성 지휘자는 연단을 끊임없이 누볐다. 말러인들 제 곡이라고 저렇게까지 지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 지휘자는 손끝에서 얼굴 표정까지 고스란히 그 시간에 바쳤다.
이날 연주회를 찾은 유혁준 평론가는 "한 악단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상당히 빠른 템포로 매끈하게 연주했으며, 악기들의 밸런스도 좋았다. 2악장은 조금 더 넉넉하게, 말러의 왈츠라는 느낌을 살려서 연주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기필의 팬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평했다.
경기필은 다음 공연에서 헝가리의 현대 작곡가 벨라 바르톡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과 국내에서 초연되는 시모노프스키의 교향곡 4번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연주한다. 예매를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민정주(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