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대한민국의 '살색 크레파스'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인종차
별 혐의로 진정되었다.
 성남 중국동포의 집 김해성 목사와 함께 살색을 진정한 스리랑카인 비키
씨는 국가 인권위원회에 1년전 어느날 전철에서 당한 황당한 일을 털어놓았
다. 비키씨가 전철을 타고 가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엄마에게 물어보았
다고 한다. “엄마, 이 아저씨는 왜 이렇게 새까매?” 그 질문에 아이의 엄
마는 “잘 안씻고 목욕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피부가 새까맣게 된 거야”
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며칠 후 쉼터에서 만나게 된 비키씨는 “차라리 한국말을 알아 듣지 못했
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텐데”라며 의외로(?)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개고기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일전에 소개된 프랑스 여배우가 한국
의 개고기 문화를 야만적이라고 비난한 것을 말하면서 “원숭이 골과 말고
기를 즐겨먹는 프랑스인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
국인들이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듯이, 살색도 다른 유색인종에 대
한 편견과 차별을 나타내는 것인 만큼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다시 살색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일
무이한 이 색명이 우리 아이들의 의식속에서 자신과 다른 피부를 가진 사람
들을 차별하고 구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아이들에게 아프리카
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검은 피부색도 살색이고, 미국사람들의 하얀색도 살
색이라는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면, 많은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은 10
년, 20년 뒤 전철안에서도 '씻지 않아 지저분해서 피부가 까만' 사람이 되
어 있을 것이다.
 물론 살색 하나 없앤다고 해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
게 가해지는 차별과 인권침해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살색 없애기' 진정
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기다려지는 것은 메마른 우리 사회에 소
중한 희망 하나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재훈 (수원외국인노동자
쉼터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