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로뽕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황수정씨가 24일 1심 두번째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 버스에서 내려 수원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변호인은 필요없다." 히로뽕 복용혐의로 구속기소된 황수정이 2차공판
에서 "변호를 받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나섰다.
 황수정은 24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형사1단독(판사 하명호)에서 시작된 2
차공판서 모두진술을 통해 "변호인의 변호를 받지 않겠다. 지금까지 버텨
온 것은 어디까지 진실인가를 밝히고 싶어서였는데 그동안 너무 힘들고 괴
로웠다"고 밝혔다.
 재판시작과 함께 판사에게 할 말이 있다고 말문을 연 황수정은 또 "언론
에서 오신 분들이 있으면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겠는데 그동안 실망을 드
려 죄송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공인도 아니고 몸과 마음도 모두 지쳤다.
제발 부모님을 괴롭히지 말아달라"며 "사안을 빨리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판사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자 잠시 머뭇거리던
황수정은 판사가 다시 "변호인을 해임하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작은 목소리
로 "네"하고 답했다.
이에 판사는 변호사와 검사를 불러 잠시 휴정을 결정했다.
 10시35분쯤 속개된 뒤 판사가 황수정에게 "다시 묻겠다. 변호사를 해임하
겠다는 거냐"라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으며 이에 임호영 변호사가 "그것
을 철회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대답없이 울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된 일이냐"는 판사의 질문에 임 변호사는 "나가서 얘기할 때 철
회하겠다고 했는데 강씨가 반발해서 거기에 영향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판사는 이에 "그러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라고 재차 물었고 "5분만 시간
을 달라"는 임 변호사의 요청에 판사는 "변호사 선임과 해임 여부는 본인
의 의사가 절대적인 것으로 법규상 서면으로 하도록 돼 있다"며 "11시에 속
개할테니 그때까지 해임계를 서면제출하든지 하라"라며 재차 휴정을 결정했
다.
황수정이 변호를 받지 않겠다는 건 무죄변론을 줄곧 추진해온 임호영 변호
사에 대한 불신임을 뜻하는 것으로 이번 사건의 향후 전개에 중대 전환점
이 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22일 황수정은 아버지 황종우씨를 구치소에서 면회한 자리서 강씨의
뜻에 따라 임변호사를 교체할 것을 요청했으며 이때 황씨는 "그럴 수 없
다"고 반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황씨는 이날도 휴정중 황수정과의 면담을 끝내고 나온 임 변호사를 법정
안에서 만나 이야기하다 큰 목소리로 "쇼를 하라는 거냐"라며 강한 불쾌감
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일을 빨리 끝내고 싶다"라는 말을 두고 볼 때 황수정이 "모르
고 마셨다"는 기존의 진술을 번복, 혐의를 인정하고 이번 사건을 조기에
매듭지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20분쯤 호송차로 법원에 도착한 황수정은 5분쯤 차안에
서 머물다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갔다.
얼굴은 첫공판때와 같이 부어있었으며 40여일에 이르는 수감생활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말해주듯 더욱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머리를 뒤로 단정히 묶은 황수정은 차창밖에 내리는 함박눈을 힐끗 쳐다보
며 한동안 생각에 잠기는 등 서른한번째 생일날 재판을 받는 자신의 신세
를 한탄하는 듯한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황수정은 마음을 다잡은 듯 담담한 표정이었으며 취재
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서둘러 들어갔
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