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긴 벚꽃을 뺀 일본은 상상할 수 없다. 그들은 벚나무와 벚꽃을 '사쿠라(櫻)'라 부르지만 일본의 국화(國花)부터 사쿠라에다가 지명에도 사쿠라이(櫻井) 시, 사쿠라지마(櫻島) 등이 있고 사쿠라마치(櫻町)라는 천황 등 성씨 또한 흔하다. 벚꽃 관련 시가(詩歌)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萬葉集)'에 수록돼 있고 에도(江戶) 말기의 화가 안도 히로시게(安藤廣重)가 '江戶百景'으로 그려낸 벚꽃 명소 그림을 비롯한 숱한 벚꽃 그림, 일본 엔카(演歌) 가수들이 부르는 벚꽃 노래 또한 헤아릴 수 없다. 도쿄대를 비롯한 각급 학교 입학식도 벚꽃 축제 속에 치러진다. 그들에겐 '사쿠라 젠센(前線)'이라 하여 남북으로 길게 연결된 '벚꽃 전선'이 있고 오키나와는 3월 중순, 가고시마(鹿兒島)는 3월 하순, 홋카이도는 5월에야 핀다.
그런데 사쿠라 원산지는 한국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학자도 적지 않다. '제주도를 거쳐 일본에 도래했다'는 것이다. 또한 유념할 건 일본에서 '사쿠라'라고 하면 '야바위꾼', '한통속'을 뜻하고 얇고 부드러운 휴지는 '사쿠라가미(櫻紙)', 말고기는 사쿠라니쿠(櫻肉)라고 한다. 고기 빛깔이 벚꽃 같기 때문이다. 깨진 이마를 가리켜 '이마에 사쿠라 꽃이 피었다'고도 한다. 나쁜 뜻은 잊은 채 92년 만에 3월부터 피기 시작했다는 벚꽃들을 만끽하길 바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