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와 같은 관광리조트 사업이 성공하려면 정확한 예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만약 섣부른 가정을 했다간 큰 실패를 낳을 수 있다. 테마파크와 관광리조트 사업으로 유명한 미국 디즈니랜드 회사도 큰 시련을 맞은 적이 있다. 그들은 미국의 LA와 올랜도, 일본 도쿄에 이어 4번째로 추진한 파리 인근의 테마파크 조성사업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정성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디즈니랜드는 파리 프로젝트에 최고의 분석팀을 투입했다. 그들은 예상 방문객 숫자, 방문객이 머무는 시간, 주위 동심원 내 인구밀도, 날씨 패턴, 소득 수준 등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고려하여 예측 모델을 도출했다. 물론 앞서 성공했던 기존 3개 테마파크의 경험수치도 반영시켰다. 분석팀은 1천100만 명의 방문객 숫자와 평균 체류 3일이라는 예측 값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예측은 빗나갔으며 그에 기초했던 파리 프로젝트는 장기간 고전하게 된다. 가장 결정적인 착오는 방문객이 평균 하루만 체류하는 오류였다. 이로 인해 테마파크뿐만 아니라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이 한동안 적자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게 디즈니 파리 프로젝트가 실패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잘못된 가정에서 초래된 것이다. 다른 테마파크는 45가지 놀이기구가 있었지만 파리는 불과 15가지 놀이기구만 설치한 채 개장했었다. 방문객으로서도 하루면 충분했다. 분석팀의 누군가 무의식적으로 다른 테마파크와 동일할 것으로 가정했던 것이다. 영종도의 카지노 사업에서는 이런 섣부른 가정이 절대 없어야 한다. 초기의 잘못된 가정은 대참사를 낳는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도 금물이다. 영종도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오늘 현실의 돌다리를 냉철하게 두드려야 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변화 시나리오를 바로 세워야 한다.
영종도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은 어쩔 수 없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만약 중국이 자국 산업을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내린다면 우리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대책을 미리 강구하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카지노 사업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강 삼각주의 심장부인 헝친다오 신구에 100억 위안(약 16억천만 달러)을 투자해 복합리조트를 건설하려고 한다. 또 그곳에 미국의 최대 카지노 자본인 '라스베이거스샌즈'를 유치하여 호텔과 복합쇼핑단지를 건설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런 사업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우리가 중국의 동향과 전략에 대해 잘못된 가정을 세운다면 영종도 사업은 큰 시련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내부의 카지노 전략에 대해서는 특별히 촉각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한편 일본도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4개의 카지노 리조트를 추진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기존의 마카오와 싱가포르가 주도하던 아시아 카지노 시장에 중국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형국이다. 아시아권에서 카지노 대전(大戰)이 본격화된다고 볼 때 영종도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입장만 생각하면 실수한다. 우리가 목표하는 시장을 노리는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잘 봐야 성공전략이 나온다. 모든 이득 상황은 경쟁자의 움직임에 따라 변한다. 영종도의 새로운 기회는 우리의 초기 밑그림, 그리고 경쟁판세를 읽는 혜안에 의해 성패가 갈릴 것이다. 영종도 사업이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그 험난한 미래를 무시하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