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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제25대 이주열 총재 취임식'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경제 부처의 수장인 현 부총리가 통화정책의 수장인 이 총재 취임을 축하하고자 한은을 직접 방문한 것은 기존 관례상 상당히 몸을 낮춘 것이다.
그래서인지 두 수장의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이 총재가 물가뿐 아니라 성장도 균형감을 갖고 보겠다고 언급해온 점도 재정·통화정책 간의 공조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다만, 성장을 추구하는 정부와 물가 안정이 제1 목적인 한은은 체질적으로 DNA가 다른 만큼 앞으로 일정 부분의 시각차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 27시간 비행한 부총리의 한은 방문
현 부총리는 이날 오후 2시 한국은행을 방문해 하루 전 취임한 이 총재와 처음으로 공식 면담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한은 총재와 공식 회동하는 것은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은 대체로 명동 은행회관 등 제3의 장소에서 이뤄졌다.
현 부총리는 이번에 한은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을 선택, 이 총재를 최대한 예우했다.
정부의 경제정책 수장이 한은을 방문한 것은 한은 독립성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한은법이 1999년 개정된 이후 두 번째 사례다.
2009년 2월 윤증현 당시 기재부 장관이 한은을 찾아가 이성태 당시 총재를 만난 게 첫 사례다.
당시는 윤 장관이 기재부 장관에 취임하고서 인사 차 한은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현 부총리가 이 총재의 취임을 축하하고자 한은을 방문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특히 현 부총리는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 참석차 브라질 코스타 두 사우이페를 다녀오고 나서 귀국 당일 한은을 방문했다.
현 부총리는 브라질에서 27시간 동안 꼬박 비행기를 타고 이날 오전 8시에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오전에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청취한 후 한은으로 향했다.
이 총재에게 최대한 빨리 축하 인사를 전하려고 귀국하자마자 한은 방문 일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 정부·한은 소통 강화키로
이번 방문으로 정부와 한은 간 소통이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졌다.
현 부총리는 이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이 총재의 한국 경제에 대한 통찰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면서 "한국경제를 위해 고민하는 총재의 역할을 잘 하시리라 기대한다"고 덕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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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만남에서는 신임 한은 총재에 대한 축하 인사와 더불어 최근 경제 상황, 정부와 중앙은행 간 정책 조화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관의 수장은 최근 경기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경제 상황 등 대외 불확실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데에 인식을 함께했다.
그동안 정부와 한은이 통화·재정정책의 공조에 실패해 경기 회복 시기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경제계 일각에서 제기돼온 만큼 이날 회동은 단순한 취임 축하 자리로만 보기는 어렵다.
특히 지난해는 정부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자 17조3천억원 상당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재정 정책을 펴는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서로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 통화·재정정책 공조 가능성 주목
현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정부와 한은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재정 등 정부의 경제 정책과 통화정책 간 조화를 이뤄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전부터도 두 수장은 정책 공조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현 부총리는 지난달 초 이 총재가 한은 총재 후보자로 내정되자 "한국경제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감 있게 운용하는데 기여해주실 분"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국회 청문회 때 "물가와 성장의 균형 있는 조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물가안정이 제1 책무인 만큼 그걸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지만 성장을 도외시하지 않겠다" 등의 견해를 밝혔다
또 정부와 한은의 정책 목표가 충돌할 때 "중립성을 지키는 범위에서 정부에 협조해 최적의 조합을 찾겠다"며 청와대 서별관 회의도 "선별해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임 총재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매파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보니 이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정책을 공조하자는 차원에서의 만남이니만큼 추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