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이 날로 나빠지는 마을을 더 이상 지킬수가 없어요.”
인천시 계양구 벌말지역(상야동, 하야동, 평동) 140여세대 주민들은 신사
년(辛巳年)을 분노와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내고 있다.
각종 국책사업때문에 마을이 두동강이 나고 소음 및 상습침수에 시달려
온 주민들은 한결같이 집단이주를 요구해 왔지만 올해에도 이런 요구가 받
아들여지지 않고 해를 넘기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최기선 인천시장과의 면담에서 이주대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기다려 왔기에 이곳 주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국책사업이라면 지긋지긋합니다. 나라를 믿고 따랐더니 주민들에게 돌
아온 건 불편과 불이익 뿐이더라구요.”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수십년동안 재산권행사도 제대로 못하고 해마다
상습침수에 시달려 온 것만도 서러운데….”
굴포천 하류지역에 위치, 매년 상습침수에 재산피해가 막심한 벌말지역
주민들은 인근의 김포공항, 국도 39호선,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으로 인
한 소음피해와 지역 단절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벌말지역 인근에 경인운하, 인천국제공항철도, 서울지하철 9호선 차
량기지 등이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역 고립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인천시는 벌말지역에 대해 합동조사를 실시, 주거기능이 상실된
벌말주민들의 집단이주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대책마련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주사업비 조달방법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
졌다. 시는 벌말주민들이 경인운하 건설을 계기로 누적된 불만을 터트리며
집단이주를 강력하게 요구함에 따라 경인운하와 벌말지역과의 이해관계를
따져봤으나 사실상 경인운하와 무관해 중앙정부로부터 이주사업비를 타내기
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차선책은 벌말지역을 공원 등 도시계획사업에 포함시켜 추진하는 경우
다. 그러나 이 안은 이주대책에 대한 모든 자금을 시가 부담해야 하는데 내
년도 부터 시가 부담해야할 10년이상 장기미집행 시설내 토지만도 130만㎡
에 2천500억원에 달해 재원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시는 운하사업과 무관한 민자사업을 통해 벌말지역 개발안을 검토했지만
화장장 등 보건위생시설은 이 지역과 맞지 않는다며 고심하고 있다.
이병주 벌말이주대책위원장은 “시가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앞으
로 경인운하건설 등을 포함해 벌말 인근지역에서 추진되는 모든 국책사업
에 대해 적극 반대하고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책사업에 생활터전 '망신창이'
입력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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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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