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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
받은 자국 어린이들이
세계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문명국가로
자리잡게 할 수 있을지
걱정해 봐야 한다
엊그제 필자의 아이가 학교를 가려고 담을 넘다 다쳤다. 우리 아파트와 이웃 아파트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이 철제 담 주변에는 철조망도 있다. 이웃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의 통학로 이용 반대로 문에는 자물쇠가 걸리고, 담이 놓이며, 철조망이 쳐졌다. 그래도 아이들은 먼 길로 돌아가는 대신 담을 넘고 철조망을 뚫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 울산 북구의 한 대규모 아파트에서도 입주민 간 갈등으로 이웃 아파트 초등학생들의 통행을 금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어린이들은 통학거리를 줄이기 위해 이 아파트를 가로지르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로 인해 불편함이 많다며 통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어린이들이 등하교 때 소란스럽게 떠들고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는 데다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고 주장한다.
담을 넘는다는 것은 자유행위 금지에 대한 저항 (Reactance)을 상징한다. 문제는 이러한 저항행위가 필연적으로 금단의 열매 (Forbidden Fruit) 현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금단의 열매 현상이란 자유행위를 억압하고 금지하면 그 금지된 행위를 꼭 하려는 시도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낸 학자들이 신이 금지한 선악과를 따 먹어 원죄를 지은 인간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심리학 용어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가 무엇인지 셰익스피어의 고전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몬터규가(家)와 캐플렛가(家) 어른들의 역사적 반목과 질시를 이유로 시작된 양가 교류 금지 결과는 캐플렛가의 14살 난 딸 줄리엣을 만나기 위해 몬터규가의 15살이 갓 넘은 로미오가 담을 넘으면서 시작된다. 절대 안 된다는 줄리엣과 결혼한 로미오 때문에 양가 친족들 사이에 칼부림이 나고, 그 결과 로미오의 친구인 마큐시오가 죽고 로미오는 상대방인 티벌트를 살해한다. 줄리엣은 아버지의 명령으로 패리스 백작과 결혼하게 되자 비약(秘藥)을 먹고 가사(假死) 상태가 되어 납골당에 안치되고 줄리엣의 거짓 죽음을 모른 로미오는 정말 자살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을 하지 못하게 하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셰익스피어는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전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했다는 주장이 담긴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과 교과서의 사용을 승인했다. 새 교과서는 반(反)인도적, 반(反)인륜 전쟁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에 대해 서술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와 함께 일본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방적 주장이 담긴 '2014년 외교청서'도 공개했다. 비록 유엔 (UN)이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반성하고 이를 후속 세대에게 교육하라는 취지의 결의안을 열 차례 이상 내놓고 우리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노력의 출발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해도 일본의 어른들은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일본의 아이들을 억지로 속이려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한국말로 "만나서 반갑스무니다"라고 정감어린 한국말로 인사하고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미래 지향적인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열흘 만에 일본은 초등학교 독도 왜곡 교과서 인증으로 신뢰를 깼다.
금단의 열매 현상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빠른 길로 학교에 가고자 하는 마음을 금지시키고, 사랑하는 마음을 금지시키고,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싶은 마음을 금지시킬 때 시작된다. 저항을 기반으로 하는 금단의 열매 현상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야단치고, 속이고, 벌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금단의 열매 현상을 연구한 학자들은 더 많은 강압, 왜곡, 처벌은 더 강한 저항만을 불러오고 결국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무수히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일본은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받은 최대 피해자가 일본 어린이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교육받은 일본 어린이들이 일본을 어떤 국가로 만들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과연 이들이 이러한 교육을 받고 일본을 세계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문명국가로 만들 수 있을지 걱정해봐야 한다. 학교 가려고 담을 넘는 아이를 보며 야단을 쳐야 하는지, 조심해 넘으라고 해야 하는지 무책임한 해당 시·도 교육청, 관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련 지자체 기관 등에 묻고 싶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 홍문기 교수는?
▲(현) 한세대학교 미디어 영상학부 교수 ▲(전)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현)한국 PR 학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