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이 또 오셨다. 저소득 노령자로 비수급자에 해당된다. 그동안 민간영역 자원을 연계해 도움을 받고 있는 분이다. 하지만 기초수급을 원하신다. 이번엔 부양의무가족이 문제다. 자식 며느리 버젓하지만 서로에게 원망의 대상일 뿐이다.

또 다른 분이 오셨다. 한쪽 손이 의수인 그 분은 대뜸 잡아가란다. 막무가내다. "아이가 장애고 나도 장애다. 이거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냐?" 생계가 막막해서 찾아오셨다. 대답은 "어렵다"이다. 이 분 경우도 '송파 세모녀' 경우와 다를 바 없다. 현 제도안에서는 한 푼도 드릴 게 없다. 작지만 본인 소유의 상가건물에다 식당 영업도 하고 있어서다. 주택 담보로 매월 연금을 받는 역모기지론 신청도 거절당했다고 한다. 경기불황에다 농촌지역 주택도 농지와 같이 환금성이 낮아 어림도 없다. "살고 싶지 않다"며 자학적 위협이 계속되었다. 복지사각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이런 경우 난감하다.

상담자는 자신의 내담자가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위험을 알려야 할 법적 책임이 있다. 이를 '타라소프(Tarasoff)의 의무'라 한다. 만일 내담자가 나쁜 선택이라도 한다면 사전조치나 경고의무를 위반하는 셈이다. 법적인 잣대를 떠나 가해자 또는 방조자로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자책감, 자기직업에 대한 회의감 등 정신적 외상에 시달린다.

복지사각 대상자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감정적 반응도 큰 부담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는 식의 정서적 접근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힘들다. 대개 복지사각에 처한 경우, 사례관리자가 집중하여 민간 자원을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때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등 정서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대부분 생계·의료·주거 등 복합적 문제를 안고 있어 근본적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나쁜 생각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은 최소한 막을 수 있다.

한국 사회 쏠림현상 중 대표적인 사안이 복지다. 무슨 일만 생기면 그제서야 '사회적 타살', '근본적 대책' 등 소나기 여론에 '재발 방지' 약속으로 어물쩍 넘어간다. 행·재정 등의 지속가능한 실천 계획에는 역부족이다. 예상대로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라는 반짝 대책이 내려왔다. 결국은 또 일선 사회복지사의 몫이다. 복지사각이란 밑동에서 생존을 위해 버티고 있는 사람들, 바로 소외계층과 사회복지사들이다. 오늘도 그들만의 마이너리그를 펼치고 있다. 마침 올해는 향후 4년간 지역사회 복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해다. 전국 지자체별로 '지역주민 복지욕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소한 생활고를 비난해 삶을 등지는 이웃들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따져보자. 더불어 복지직 종사자들 처우 개선도 계획해야 한다.

/정석원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