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4일은 지난 1991년 지방자치가 30년만에 부활한 후 성년으로서 첫번째 치르는 전국동시지방선거 날이다. 한국 지방자치의 역사는 곧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이었다. 미국 하버드대와 호주 시드니대 공동연구팀 '선거진실프로젝트'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선거 공정성을 나타내는 PEI 지수에서 한국의 대선은 81.2점(100점 만점)으로 집계돼 조사대상 66개국 가운데 6위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세계 167개 국가의 민주주의 현실을 조사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등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투·개표, 선거인명부등록과 같은 선거 절차와 선거 관리기관 역량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 반면, 정치 참여나 정치문화, 선거법, 선거운동자금 등에서는 비교적 저조한 평가를 받고 있다. 유권자 중심보다는 선거관리기관 등 공급자 중심으로 선거 행정이 펼쳐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주권자인 국민들의 집합적 선호와 정치적 결단이 '선거'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일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1조에서 밝히고 있듯 선거법은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히 행해지도록 하는게 목적이다. 지난 2005년 통합선거법 제정 이후 공직선거법은 수차례 개정을 통해 인터넷 선거운동 상시 허용, 통합선거인명부를 활용한 사전투표제도 등 선거 참여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옴과 동시에 정교하고 엄격한 규제를 통해 선거의 부정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역할과 목표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유권자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 측면에서는 미흡했다는 평이다. 국민의 정치의식과 성숙한 선거문화를 토대로 유권자가 선거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쉽게도 반영되지 않았다. 지방선거까지는 선거일정상 공직선거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당·후보자, 언론과 시민사회, 선거관리위원회 등은 최대한 유권자 중심의 선거가 되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

우선 정당과 후보자들은 선거가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닌 모두 승자가 되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소명으로 정치를 구현하는 책임 윤리를 선행해야할 것이다. 언론이나 시민사회는 정책과 후보자의 자질을 구분할 수 있는 감시견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거일 전에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제도인 사전투표제를 잘 관리하고, 노약자·장애인 등을 위한 교통편의 지원 확대, 투표소 찾기 서비스 다양화, 투표참여 취약 계층에 대한 투표편의 제공 등 선거에 국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공감지수를 높이는 선거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야할 것이다. 또 선거의 부정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중심적인 법 운용에서 벗어나 선거가 정책의 공론장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이번 제6회 지방선거가 유권자의 마음이 녹아드는 용광로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박종미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