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학 내 '아싸' 즉 아웃사이더는 수십 년 전에도 있었다. 아웃사이더가 누구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웃사이더의 의미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아웃사이더의 반대 축인 인사이더의 입장에서 아웃사이더란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 자, 우리라는 테두리를 벗어난 자, 즉 생각이나 행동을 공유하지 않는 자를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 아웃사이더-인사이더 식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대학 내에 지배적인 문화가 뚜렷한 시대에나 적절한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1980년대와 같이 학생운동이 대학의 지배적인 문화였던 시대에 아웃사이더란 학생운동 문화의 테두리를 벗어난 자를 의미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 집단이 공존하는 지금의 대학 내에는 아웃사이더가 누구인지, 또는 아웃사이더의 반대 축인 인사이더가 지배하는 주류문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어느 한 집단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아웃사이더로 보일지라도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나름의 인그룹, 즉 소속집단이 여러 개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대학 문화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아싸'는 어느 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 즉 '홀로 있는 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최근 경인일보가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다섯 명 중 1명이 자신을 아싸로 인식한다는 결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염려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섬과 같이 홀로 떨어져 있는 자, 즉 아싸족 현상은 그것이 재수준비나 취업준비 등을 위한 자발적인 의도에서 시작이 되었든 아니면 대인관계상의 어려움으로 인한 성격적인 것이든 문제의 핵심은 사회적 고립감이라고 할 수 있다. 저명한 발달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청년기에 획득해야 할 중요한 심리사회적 발달과업은 친밀감의 형성이며, 그것이 성공하지 못한 결과인 고립감은 청년기 자아발달의 위기라고 보았다. 타인과 하나됨을 경험한다는 것은 인간본성의 자연스러운 욕구다. 동시에 청년기의 친밀감은 타인과 비이기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할 때 발생하는 성숙한 인간관계의 산물이다. 따라서 누군가와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자아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또한 누군가와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있기 위해서는 타인과 함께 하더라도 자신의 무언가를 상실하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진정한 친밀감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건강한 정체감이 먼저 정립되어야 획득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가치롭게 여기는지 등에 대하여 건강한 생각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와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진정으로 공유하기란 어렵다. 자신에 대한 정체감이 건강하게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도취적이거나 회피적인 대인관계 패턴을 보이고 다른 사람과 피상적인 관계만을 반복하기 쉽다. 외견상으로는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것 같아 보일지라도 내면에서는 사회적 공허감과 고립감에 빠질 수 있다.

오늘날 우리 대학 내에 나홀로족이 급증하고 많은 청년들이 타인과 진정한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로 SNS와 같은 가상 소셜문화의 확산, 대학 내 지배적인 주류문화의 부재, 대졸자 취업시장의 경색으로 인한 조기 취업준비의 압박 등 개인주의의 확산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은 사회적 고립감이 생성되는 근본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아싸족의 증가를 촉진하는 주변적인 영향요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학점이나 공인영어성적뿐만 아니라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경력조차도 취업준비생이 갖춰야 할 또 다른 스펙으로 여겨지는 현 대학사회에서는 어느 동아리에 들어가더라도 내면의 외로움을 차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문화 속에서 자신의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두려움 없이 비이기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진정으로 나눌 수 있을까 싶다. 오늘날의 청년들이 진정한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만을 강요당하며 자신의 욕구, 가치관, 삶의 지향, 자신과 타인의 경계 등에 대해 한번쯤 깊이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유조차 허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공지향 문화에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본다.

/유현실 단국대 상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