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8일 기초선거 '무(無)공천' 원칙론에서 후퇴하면서 당내 계파간 주도권 경쟁의 향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무공천 논란이 어떤 측면에서는 '안철수 김한길 투톱'으로 대변되는 신주류와 구주류 강경파간 기싸움 양상으로 흘러왔다는 점에서다. 

김·안 연합세력이 주도했던 통합 과정에서 소외됐던 구주류 강경파는 무공천 재검토 결정을 끌어냄으로써 안 대표의 무공천 강행에 제동을 거는데 일단 성공, 존재감을 과시했다. 

양측의 기싸움 1라운드가 일단 구주류 강경파의 '판정승'으로 귀결된 셈이다.

신당내 착근을 1차 목표로 외연 확대에 나섰던 안 대표로선 계파간 정면대결이라는 극한 상황 대신 '일보 후퇴'를 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심지어 안 대표는 당초 기자회견문에 자신의 대표직까지 걸겠다는 문구를 넣으려다 주위의 만류로 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이 "당원들을 상대로 의견을 물어야 한다"며 무공천 재검토 요구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투톱'으로선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 의원은 전날 김한길 대표를 만나서도 '일반국민 50%+당원 50%' 의견수렴안을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계파간 주도권 다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의견수렴절차에서 '무공천' 방침이 확정된다면 다시 안 대표의 구심력이 강화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안 대표와 김 대표의 리더십은 적잖은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승패 여하가 당내 지형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당헌·당규상 두 대표의 임기가 1년으로 돼 있긴 하지만, 지방선거 성적표가 저조할 경우 조기전대론이 고개를 드는 등 친노·구주류가 당권 탈환 시도에 나서면서 당 전체가 걷잡을 수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전격적인 무공천 결정과 통합 선언을 시작으로 그동안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됐던 '투톱'의 의사결정 방식도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오른 양상이다. 

두 대표측은 무공천 재검토를 결정하는 과정에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밝혔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공식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가 아닌 전날 밤 투톱과 양측 핵심 그룹으로 이뤄진 '8인 모임'에서 '비밀리'에 이뤄졌다.
▲ 사진은 김한길(왼쪽),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뒤 자리를 떠나고 있는 모습
두 공동대표는 이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와 관련, "당원과 국민의 뜻을 (다시) 물어 결론이 나오면 최종적 결론으로 알고 따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 모임에는 두 대표와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장, 민병두 전 전략홍보본부장,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 김관영 비서실장,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 이태규 전 신당추진단 총괄지원단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는 두 대표의 기자회견 전 '요식절차'에 그쳤다는 지적이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지도자의 결단도 중요하지만 '나를 따르라'는 식은 민주적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며 "전형적인 CEO 리더십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박병석 부의장은 의총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두 대표가 전부 다 결정해 놓고 따르라는 모습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무공천은 통합정신"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고, 김 대표는 "어려운 결단이었다"고 울먹였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들은 "의원들 상당수가 냉담한 반응이었지만 자중지란을 피하자는취지에서 더이상의 논쟁을 하지는 않았다"고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