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휘 연출가·수원여대교수
한류라는 문화예술이
세계를 강타하는 창조·창작의
세계가 도래 했는데
대학들이 취업률 잣대로
예술·인문 전공과 없애자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그리스가 가장 융성했던 시기는 기원전 500년 정도에서 200년 정도가 아닐까싶다. 이 시기에 그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나왔고 그는 신에게 신탁받고 신전에 모시는 제우스나 디오니소스 따위의 신이 인간을 주관하던 때에 인간생활의 성격과 행위를 분석하는 대로 철학의 초점을 옮겼다. 그는 도덕적 가치가 상실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혼란기에 살면서 "너 자신을 알라"는 충고를 하였고 도덕적 용어의 의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윤리생활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인간으로서의 소명을 느꼈다 한다. 또한 젊었을 때에는 정치를 지망하였으나 소크라테스가 처형되는 것을 보고 정계에 미련을 버리고 인간 존재의 참뜻이 될 수 있는 것을 추구, 철학을 탐구하기 시작한 플라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융성했던 아테네의 이 시기에 인류역사상 최고의 철학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이 시기에 예술에서는 연극의 거장들이 등장한다. '오이디푸스왕'의 소포클레스, '메데이아'의 에우리피데스 등 엄청난 시인들이 예술의 향연을 벌이고 시민들은 흠뻑 거장들의 예술을 감상하였다. 특히 이 시기에 연극은 시에서 주관하고 부자들이 협찬하였으며 예술가들은 안정된 창작을 보장받았고 시민들은 즐기면 되었다 한다. 철학을 즐기고 예술을 사랑하고 나라에서 보호 장려까지 하였던 그때가 그리스의 행복시대였다. 그 후 로마에 점령을 당하고 그들의 문화예술 또한 점령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은 대륙을 정복하고 얼마 안 되어 당시 미개한 게르만민족에게 점령당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로마는 두 개로 갈라지고 역사는 미개인들의 손에 넘어가 무려 천년정도를 흐르니 역사에서는 이를 중세 암흑시대라 부른다. 다신교였던 로마가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글도 모르는 미개인들이 유럽을 장악하여 유일신과 주술이 부조화를 이루며 이성이 사라지고 철학은 교회로 들어가고 예술 또한 교회 속 창작만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연극은 교회 예배 속에만 존재하는 시대가 천년을 흐르고 사람들은 어느 순간 고대 그리스 로마의 정신과 예술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결국 이 같은 인문과 예술의 말살은 르네상스라는 문예부흥운동을 가져오고야 만다. 시작은 로마에서부터 지적 운동 형태로 나타난 인문학의 회복이었으며 다음은 미술 건축 연극 등 모든 학문에서 고전을 찾는 운동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 인문과 예술이 살아나는 시기가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엄청난 시기가 되는 것이다.

이제 이야기를 21세기 대한민국으로 갈아타 보겠다. 필자는 격동의 1980년대 친구들도 의아하게 생각했던 몇 개 되지도 않았던 연극영화과에 입학하였다. 그것도 당시 명문고라는 고등학교를 나와서이다. 난 건방지게 예술이 이 나라를 먹여 살리고 나도 먹여 살릴 것이라고 감히 생각했었다. 사람들은 웃었다. 그리고 30년 이상이 훌쩍 지나고 신기하게도 대한민국은 아이티와 문화예술이 이 나라의 고부가가치 산업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난 운 좋게도 연극을 하면서도 굶지 않고 살고 있다. 영화는 세계시장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고 연극시장도 곧 세계를 호령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류라는 문화예술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창조와 창작의 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 웃기는 코미디도 같이 가고 있다. 고급 희극이 아닌 저질 희극이다. 온 나라 대학들이 구조조정되고 있다. 당연하기도 하다. 아이를 낳지는 않고 대학은 잔뜩 늘려 놓았으니 이제 와서 수선 떠는 건 당연하다. 지지난주, 지난주 폐과통보를 받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거의 예술이나 인문 쪽이다. 그런데 그 잣대가 코미디다. 취업률을 구조조정의 축으로 만들어놓고 한답시고 최민식 전도연 같은 세계적 배우 만들라고 과 만들어주고 사대보험 들고 와야 취업이라 인정해준다. 소녀시대 만들라고 실용음악과 만들고 건강보험 들고 와야 한단다. 난 이제 연극과 교수로 피땀 흘려 예술가로 공부시키고 졸업할 때 제자에게 사대보험 되는 취직자리 알아봐야 한다. 중세 암흑기로 가지 말고 심각하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문과 예술은 창작이 창조가 취업이다.

/장용휘 연출가·수원여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