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를 다룬 영화는 수없이 많다. 영화의 요소를 두루 갖춘 비극적 운명을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만들기에 더할나위 없기 때문이다. 만년 조연이었던 브렌단 글리슨의 연기가 재조명 된 존 부어만 감독의 '장군'을 비롯, 이제 막 배우로 입문한 풋풋한 브래트 피트가 IRA 지도부 핵심 전사를 연기한 알란 J 파큘라의 '데블스 오운', 죄없는 아들에게 테러범이라는 죄목을 씌운 영국정부에 대항해 아들을 구출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짐 쉐리단의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아일랜드의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중 백미로 꼽힌다. 아들역을 맡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아버지역을 맡은 피트 포스틀스웨이트의 연기는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아일랜드의 비극을 다룬 영화가 더이상 제작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화보다 더 감동적인 일이 실제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1979년 사촌을 IRA의 테러로 잃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8일 마이클 히긴스 아일랜드 대통령을 환영하는 만찬을 열었다. 여왕은 자신의 사촌을 죽게 한 멕기네스 북아일랜드 제1부장관(당시 IRA 사령관)에게 "과거가 미래에 저당잡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은 이를 '화해의 만찬'이라는 의미를 부여했고 외신은 "마침내 200여년간 지속됐던 양국의 대립이 종식됐다"고 전 세계에 타전했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