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은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여는데 한 걸음 나아가는 중대한 제안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통일은 목적의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에 당위론적 통일의 주장을 뛰어넘어 바람직한 통일을 이루기 위한 진지한 공론의 장이 무엇보다도 필요함을 제시한 것이다. 더불어 상호신뢰의 일관성을 가져야 하며 남북한 주민들에게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는 의식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됨은 물론이다.
앞으로 남북한 사회 문화 이질화의 극복방안으로 다음의 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실행되는 전제 안에서 민간교류의 확대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 1세대가 타계하고 2세대 시대로 들어서면서 서로의 동질감에 대한 기억이 점점 희석되어가고 있다. 가족과 친지방문이 상호 확대되어 서로의 동질감을 인식해야 한다. 서신의 왕래, 문화 행사들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전통문화의 복원을 통한 동질성의 확보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우리 전통문화가 파괴된 것도 남북한이 서로 협력하여 조사 및 복원에 착수해야한다. 그동안 남한은 세계화 추진으로 인해 전통문화가 주목받지 못했고, 북한은 혁명화로 인해 전통이 부정되었다. 이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인식아래 남북한이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현대적으로 스토리텔링하여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 세계화의 문화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가치와 규범의 공감대 확산이다. 남북한은 공히 조상숭배의 효 사상, 공동체적 질서, 미풍양속의 명절풍습 등을 가지고 있다. 동양정신의 가치가 부상되는 이 시기에 미래지향적인 세계화의 자산으로 키울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리랑, 단오제, 한산모시, 길쌈 등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는 매우 좋은 본보기다.
넷째, 통일은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고 역사공동체라는 인식에서 필연성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역사인식에 차이가 크다. 올바른 역사인식의 토대를 구축하여 민족공동체의 동질성을 정착시켜야 한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는 우리의 뿌리를 찾아주고 하나로 묶어주어 진정한 동행의 길을 열어갈 수 있는 중심축이다.
다섯째, 남북한 차세대에 대한 인성교육 및 통일교육의 중요성이다. 자유, 정의, 정직, 상호존중의 배려, 인간의 존엄성, 인류공존의 평화 등 이러한 교육이 남북한 공동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한류, IT문화가 북한으로 확산되었을 때 서로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문화적, 정서적 장벽을 눈 녹듯이 해소할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이 온 세계를 흔드는데 어찌 북한 청소년만이 이질감을 느끼겠는가? 차세대들의 높은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민족의 자긍심을 불어넣고 글로벌 리더로 키워 한민족의 세계적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의 분단은 오히려 세계평화 정착의 점화지가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국제적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남북한의 노력과 합의로 경의선 철도가 뚫려 시베리아로, 유럽으로 달릴 때 기차역에서 때로는 기차간에서 그동안 고단했던 삶을 이야기하고 위로할 때 민족의 화합과 내일의 희망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짊어지고 갈 자손들에게는 분단의 아픔과 동족끼리의 미움과 갈등을 대물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진정한 마음의 노래가 울려 퍼질 때 한반도 통일의 길이 밝게 펼쳐질 것이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