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새로운 도정으로 일해 보겠다는
후보들이 줄을 서고 있다
'한류우드' 같은 숟가락 얹는
자세보다 생활밀착형 정책을
펴겠다는 각오 다지고 공약또한
새롭게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한류우드'를 얼마나 기억할까. 2004년 경기도는 한류 지원을 위한 대규모 단지를 고양시에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단지를 만든다는 포부였다. 할리우드를 지우고 '한류우드'로 바꿔낼 요량의 호기를 부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호기가 살아있는지 점검해 보았다. 남의 이름을 바꿔내겠다던 '한류우드'는 제 이름도 못 지킨 처지가 되어 있었다. 어느 틈엔가 '한류월드'로 개명을 했단다. 경기도청 내 조직의 아주 작은 한 귀퉁이를 차지할 뿐이고, 그 홈페이지는 내세울 성과가 없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언론보도를 모아 보았더니 더 참담한 지경에 이른다. 문제투성이라는 기사들만 '한류우드', '한류월드' 이름과 함께 흩날린다.

'한류우드' 프로젝트가 시작한 2004년은 한국 드라마가 일본과 동남아에서 약진하던 때다.

'겨울연가'가 일본을 달궜고, 이어 '대장금'이 전 세계의 식욕을 돋우었다. 드라마의 성공으로 한반도가 한류로 들떠 있을 때다. 경기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한류 바람에 슬쩍 숟가락을 얹었다. 테마파크 만들고, 제작 시설 유치하고, 관광객이 놀고 잘 공간 만드는 계획을 세워 발표한 것이다. 명분 좋고, 논리 간단하고, 보여줄 것도 많은 것 같으니 호기롭게 인기에 편승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자체들은 한류 지원책을 내놓으면 많은 반대급부를 챙긴다. 지자체나 지자체장의 단기간 홍보에 한류 정책만한 수단도 없다. 한류 지원책으로 혜택을 보는 제작사, 연예기획사나 방송사는 대중 어필을 할 광고를 엄청 해 준다. 지자체장에게 드라마 속 카메오로 출연할 기회를 주는 애교스러운 일도 있을 정도다. 한류 스타가 지자체에 오가고 텔레비전에 그 사실을 알리기도 하니 지자체는 그런 지원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다.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전해지는 한류의 인기 소식을 언제든 자신의 지원책과 연결시킬 수 있다. 정말 그 지원책이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나서서 따져 보자는 이도 없으니 은근짜 스스로 공치사하기가 용이하다.

임기 내 가시적 성과의 강박 속에 살아가는 지자체장들에게 한류 지원책은 여간 반가운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일시적 유행에 편승해 업적으로 쉽게 설명하는 일이 가능하고, 대중적 어필도 할 수 있으니 그에 손을 대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경기도의 '한류우드'도 그렇게 시작되었고, 명쾌한 결론없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있다. '한류우드' 단지 조성과 같은 한류 지원정책은 졸속 전시행정, 지자체장의 정치적 욕심으로 행해지는 대표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경기도도 도지사가 바뀌고, 10여년이 지나며 성과가 없음에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

한류를 통해 기업의 해외 진출이 용이해진다면 한류 지원책은 기업이 맡아야 할 몫이다. 한류를 통해 대중문화 수입을 올린다면 한류 지원의 많은 책임은 기획사나 방송사로 돌아간다.

경기도는 도민들이 그런 기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많이 양보하여 정책 입안자들 말대로 한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면 학교에 예능 교육이 더 잘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등의 체계적, 장기적 정책을 만들고 행할 일이다. 숟가락 얹는 태도가 아니라 불을 피우고 밥을 짓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의 정책, 지원책들이 모두 그 같은 정신에 기반을 둬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새롭게 도정을 맡아 열심히 일해 보겠노라며 도지사 후보들이 줄을 서고 있다. '한류우드'와 같은 숟가락 얹는 정책보다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펼 각오를 다지고, 선거기간 내 공약도 그런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