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면 출근해 술 취한 누군가를 대신해 운전하는 사람들. 세상은 그들을 '대리기사'라 부른다. 

13일 밤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다큐3일)에서는 밤을 새워 누군가의 집을 찾아가지만 정작 자신들은 동이 터야 집으로 가는 그들. 대기기사들의 멀고도 먼 집으로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서울의 풍요와 부의 상징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는 자정을 넘기면 대리기사들의 거리로 변신한다. 

초저녁부터 강남에서 경기도 전역으로 흩어졌던 대리기사들이 버스, 택시, 셔틀을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집결지가 바로 이 교보타워 사거리이기 때문이다. 

새벽 2-3시면 일대는 신발, 가방, 블루투스 등 대리기사의 필수품을 파는 노점부터 어묵, 떡볶이, 도넛, 국밥 등을 파는 먹거리 포장마차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어묵3개에 천원, 떡볶이 한 접시에 1500원. 전직 대리기사 출신인 포장마차 주인은 가난한 대리기사들의 식사대용이라 값을 올리지 않는다. 

대리업계엔 사업실패나 실직, 퇴직 등 남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저마다 실패의 아픔을 안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대리업체를 통해 콜을 소개 받는 이들은 운전요금의 20%를 대리업체에 수수료로 지불하고 보험료, 콜 프로그램 사용료, 교통비까지 제하면 대리기사가 손에 쥐는 돈은 요금의 약 60% 정도다.

대리기사들은 손님의 차에서 내리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걷고 또 걷는다. 

하루 10킬로미터를 걷는 것은 일상. 차도 인적도 끊긴 새벽길을 걷고 달리는 그들의 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