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현황보고서 결과 10명중 5명은 '중복 학대'
재발 위험 높고 정서·신체발달부진등 후유증 유발
"방임으로 사망했어도 화상·교통사고 처리 가능성"


아동 학대로 숨진 아이 가운데 80%가 '방임'으로 고통받다가 끝내 숨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방임은 장애의 원인이나 또 다른 학대,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동복지법은 '방임'을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최근 발간한 '2012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2012년 학대로 숨진 아이는 모두 10명. 이 중 8명은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 방임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3명은 방임만으로 사망에 이르렀고, 방임에 신체·정서학대 등이 합쳐진 '중복학대'로 숨진 아이가 5명에 달했다.

최근 4년(2008~2012)동안 학대로 숨진 아동 중 상당수도 방임이 원인이었다. 2009년 50%, 2010년 66.7%, 2011년 61.5%가 방임 때문에 사망했다. ┃그래픽 참조

아동의 신체를 물리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보다 내버려두는 방임이 더욱 끔찍한 결과를 낳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임은 다른 아동학대보다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심각성을 더해 준다. 2012년 아동학대로 보호기관 등에서 조치를 취한 뒤에도 또다시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 유형을 보면 중복학대(47.2%)를 제외하고는 방임(24.6%)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방임이 신체·정서 등 다른 종류의 학대로 연결되거나 외부 범죄의 위험성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연구 결과를 보면 방임은 심리·정서적 문제, 학습 부진, 신체 발달 부진 등 다양하고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방임으로 아동이 적절한 보호나 양육을 받지 못하는 사이 제3자에 의한 성학대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정서 학대나 방임이 또 다른 학대나 범죄에 대한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이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방임은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아동학대 유형이다. 2012년 아동학대사례 유형별 건수를 살펴보면 방임, 신체 학대, 정서 학대 등이 함께 나타나는 중복학대가 3천15건(47.1%)으로 가장 많았고, 방임이 그 다음으로 많은 1천713건(26.8%)이었다.

인천시가 내놓은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사업실적보고'를 봐도 전체 학대사례 344건 가운데 방임이 120건(34.9%)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 주변에서도 방임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유형 가운데 방임으로 인해 사망하는 아동이 가장 많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방임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밝혀지지 않고 화상이나 교통사고로만 처리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며 "방임은 신체 학대보다 더욱 지속적이고 상처가 깊고 오래 갈 수 있다. 아이가 힘이 세지면 신체 학대는 못하지만 방임은 그렇지 않다. 아이나 부모가 방임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더욱 심각한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고 말했다.

/김민재·홍현기·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