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줄도 모르고 공짜로 마셨던 맑고 깨끗한 공기 값―청정 산소 값을 값으로 매긴다면 1인당 하루치가 얼마나 될까. 맑은 공기에 대한 고마움을 예전엔 미처 모르고 살았다. 이 봄철 매일 같은 미세 먼지 예보와 황사야말로 얼마나 지겹고 짜증스러운가. 인간뿐 아니라 '반려 동물'들도 숨쉬기가 괴롭지 않을까 싶고 황사 마스크는커녕 움츠려 피할 수도 없는 식물들은 또 오죽 답답할까. 만개한 봄꽃까지도 안쓰럽다. 만약 '공기세' 따위 세금을 매겨서라도 청정 산소―맑은 공기만 보장받을 수 있다면 그 세금은 가장 아깝지 않은 세금일지도 모른다. 대기 오염은 맘껏 몸껏 숨쉴 수 있는 최선(最先)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고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두 팔을 한껏 벌린 채 '오 솔레 미오(오 나의 태양)'를 외칠 자유까지도 빼앗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땅 미세 먼지의 절반은 중국제가 아닌 한국제라니 얼마나 답답한가. 덴마크 코펜하겐 항구엔 '가장 뚱뚱한 자의 생존(The Survival of the Fattest)'이라는 이름의 별난 동상이 서 있다. 200㎏도 넘을 듯한 뚱보 여인인 '정의의 여신상'이 빼빼마른 왜소한 남자의 어깨에 올라타고 있는 형상으로, 뚱보 여인이 바로 선진국이고 야윈 사내는 선진국의 환경오염에 개도국과 후진국이 당하는 괴로움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럴까. 런던은 지난달 대기 오염이 최고도에 달해 영국 환경부에 의하면 '10단계 레벨 중 10'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원인이 공장 굴뚝과 자동차 배기가스 말고도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날아든 먼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럽 대륙을 넘어 런던까지 날아든 것이다.

파리의 대기 오염 역시 베이징처럼 심각하다고 지난달 17일 EU가 밝혔고 그 며칠 전 프랑스 내무 환경 보건 운수 당국은 '임시 조치로 14~18일 파리의 버스와 열차 등을 무료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어떤가. '석탄 생산을 감축하고 연내 1천725개 소규모 탄광을 폐쇄한다'고 NEA(國家能源局)가 발표한 게 지난 4일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5일 '2012년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700만이고 그 중 대부분은 아시아인'이라고 발표했다. 지구가 점점 답답해진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