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희미해져가는 배 앞머리
빨라지는 유속… 마음 급해져
잠수준비 중 해경의 중단지시
"인원 많으면 좋은데…" 침통

"수색을 중단하라고 합니다. 돌아가라는데요."

16일 오후 6시10분께 사고 해역인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20㎞ 해상에서 심해 잠수작업에 나서려던 해병대 전우회 수난구조대원들은 해경의 '수색 중단' 지시에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시각이 조류 세기가 가장 약할 때인데, 수색 중단을 지시하는 것을 보면 어쩐지 불안한데요."

이날 오후 3시10분께 P-35정(50t급)을 타고 현장 주변에 도착, 목포해경 1509함으로 옮겨 수색 작업에 나서려던 진도해병대전우회·해남해병전우회 수난구조대 박은중(57)·이용범(48)·박기대(42)·서용우(36)씨 등 4명의 눈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도착할 때만 해도 사고해역 주변에는 해군 초계함·목포해경 경비함·1t급 보트 등 50척 이상이 실종자 수색 및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하늘엔 C-130·치누크 등 수송기와 헬기 10여대가 사고 선박 주변을 선회하며 생존자를 찾고 있었다. 승객들이 먹은 듯한 컵라면 등 부유물이 떠다니는 것도 보였다.

당시만 해도 목포해양경찰 소속 경비함 1509함(1천500t급)에서 사고 선박의 앞머리 바닥 부분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져 갔다. 세월호 주변에 안개가 짙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유속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민간 구조대원들의 마음도 급해졌다.

즉시 군·경찰에 이어 심해 수색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수심(43m)과 1m 이하인 바다 속 시계를 확인한 뒤 공기탱크·오리발 등 잠수 장비를 챙기던 중, 갑자기 '수색 중단' 지시가 내려졌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잠수를 하지 않으면 바로 옆 사람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계가 좋지 않으니 조심합시다"라고 의견을 나누던 찰나였다.

진도 사람으로 누구보다 이 일대 바다를 잘 알고 있는 민간 잠수요원들로, 한 번 잠수한 뒤에는 6시간 가까이 다시 들어가기 어렵고 산소통 한 개로 30분 가량 잠수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수색 인원이 많을수록 좋은데도 민간 자원봉사자들에게 수색 중단 지시가 내려졌다는 데 '다른'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차디찬 바다 속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실종자들을 찾지 못한 채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목포해경은 이날 오후 민간 잠수요원들을 돌려보내고 군 잠수요원들을 동원, 수색 작업에 나섰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광주일보 이종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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