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고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수학여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 당국이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을 당분간 전면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17일 교육부는 현재 일선학교에서 예정된 수학여행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파악해 오는 18일까지 보고하라고 시·도교육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의 의견이 수렴되는 대로 다음 주 초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자 회의를 열고 수학여행 보류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수학여행 보류 여부는 일선 학교에서 결정할 문제이지 교육부에서 지침을 내릴 성격은 아니다"라면서도 "수학여행을 결정할 때 학부모의 8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수학여행을 결정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니 다시 학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수학여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진 상황을 고려하면 학부모 동의를 다시 받을 경우 사실상 일선 학교에서 수학여행이 취소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학여행을 늦추거나 취소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약금이다.

오는 21일 자녀가 경주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학부모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수학여행을 취소하라고 하니 위약금을 물어야 해서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가 어떻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부담할 수 있겠느냐"며 "학부모도 학교도 피해가 가지 않을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하병수 대변인은 "학부모들의 불안을 고려할 때 상반기 예정된 수학여행은 취소하는 게 옳다고 본다"며 "정부 차원에서 학교와 여행업체 간 합의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중재하거나 위약금을 어느 정도 지원해주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 교육당국, 수학여행 전면 보류 검토. 17일 오전 전남 진도해역에서 침몰한 인천∼제주행 여객선 '세월호'와 인근 해역에서 해양경찰 등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별 교육청의 결정으로는 여행업체를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부 차원에서 전면 보류 또는 중단 지침을 내려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상당수 초·중·고등학교가 이르면 이달 하순이나 다음 달 수학여행이 예정돼 있다.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시·도 교육청에는 수학여행을 보류·폐지해달라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학교가 수학여행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자녀를 보내지 않겠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를 담당하는 경기도교육청은 홈페이지에 수학여행을 폐지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글이 쏟아지자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을 포함한 각종현장체험학습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안산 단원고처럼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올해는 교통편을 비행기로 바꾼 학교도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는 지난해 2학년 수학여행지를 제주도로 결정하면서 학생들이 바다의 운치를 즐기면서 이동할 수 있도록 배편을 사용했다.

그러나 올해는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수학여행 중 학생들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왕복 모두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