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사고. 17일 오후 인천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이중재(60)씨.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임열수기자
 
객실·복도 탈출조차 간신히
물차오른 순간 밖으로 튕겨

"쓰나미(지진해일)가 배를 덮친 줄로만 알았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뒤 17일 인천 인하대병원으로 이송, 입원중인 이중재(60)씨는 사고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용유초등학교 동창생 17명과 환갑을 자축하는 제주여행길에 올랐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고를 당한 이씨는 "배가 갑자기 기우뚱했다. 객실 선반에 있던 가방이 날아가고 방안에 있던 친구들도 다 날아가 (한쪽으로) 쏠렸다"고 당시 현장상황을 전했다.

사고 당일 아침 일행과 아침을 먹고 3층 객실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순식간에 배가 45도로 기울며 객실 집기, 여행가방, 친구들이 뒤엉켜 방 한구석으로 쏠렸다.

구명조끼를 입고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구명조끼 함이 눈앞에 보였지만 경사가 급해 구명조끼 함에 접근조차 할 수 없어 포기했다. 출입구도 열리지 않았다. 이씨의 친구 한명이 출입구 손잡이를 잡고 한참을 씨름하다 간신히 방을 빠져나갔다.

이씨도 안되겠다 싶어 친구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객실 밖에는 냉장고와 의자 등 집기가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복도에서 손잡이를 잡고 버티고 있었다.

승무원들이 구명조끼를 나눠줘 얻어 입었다. 복도에서 빠져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4층으로 오르려 하자 계단에는 음료수 냉장고가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며 냉장고가 언제 자신을 덮칠지 조마조마했다.

배가 기울어 더이상 계단을 올라가기조차 힘들었다. 누군가 밖에서 소방호스를 내려줬다. 다른 사람들도 뒤따랐다. 4층에 올라 출구에 다다랐다. 순간 물이 차올랐고 이씨는 수압에 의해 배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정신이 없었다. 눈을 떠보니 해경 선박과 어선이 보였다. 어선의 선장이 손을 내밀어 손을 잡고 배에 올랐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