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선사측 입만 쳐다보며
하루 넘도록 명단 공개못해
인원 발표도 오락가락 혼선
"탑승객 더 있을수도" 우려


세월호 탑승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오락가락하는 혼란(경인일보 4월 17일자 22면 보도)은 구멍 뚫린 국가재난안전망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16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정부가 전체 탑승객들의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경인일보가 단독 확인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금까지 탑승객 전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온종일 우왕좌왕하던 정부는 즉각적인 구조와 더불어 위기대응의 첫 시작인 탑승객 숫자를 파악하는 데에만 무려 12시간 이상 걸려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17일 "전체 탑승자 명단이 아직 안 나왔다"며 탑승객 전원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무적(부정승선 등)으로 탄 분들이 있어 전체 탑승객 수에서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최종 확인한 탑승자 인원은 475명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탑승객 명단이 정확하게 안 나왔다"며 "해경과 선사 측에서 아직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국가재난안전망 실상 드러낸 탑승객 숫자 '475명'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은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6시께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비롯해 총 462명이 탑승한 것으로 정정했다. 앞서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승선권과 탑승객 명부를 대조해 477명이 탑승했다고 수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기본적인 탑승객 숫자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선사 측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안전행정부는 16일 오후 2시 브리핑에서 선사가 밝힌 대로 탑승객 수를 477명으로 발표했다가, 오후 4시30분께 브리핑에서는 다시 459명으로 정정했다. 또 선사가 462명으로 말을 바꾸자 이를 곧이곧대로 발표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에 논란이 커지자 해양경찰청이 뒤늦게 인천항여객터미널로 경력을 보내 CCTV로 탑승객을 일일이 '카운팅'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결국 정부가 온종일 우왕좌왕하다가 정확한 탑승객 숫자를 파악한 것은 사고 발생 약 12시간 만인 이날 오후 9시가 넘어서였다. 최종 발표된 탑승객 '475'명은 대한민국 국가재난안전망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물인 것이다.

■ 탑승객 신원 확인 어디까지 됐나?

경인일보가 16일 단독 보도한 세월호 일반인 탑승객 93명 가운데 8명의 신원이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 8명은 해상사고 등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승선권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돼 있는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이 전혀 기록돼 있지 않다.

선사 측은 브리핑 외에 취재진과의 개별 접촉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어 이들 탑승객의 신원 파악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탑승객 전체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면서 아직까지 침몰한 세월호에 가족이나 지인 등이 탑승한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인천지역 등 지자체에서도 해당 주소지를 둔 시민들의 구조 여부를 확인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8명 외에 '신원 미확인 탑승객'의 규모가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여객선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8명 외에도 일반인 탑승객의 승선권 가운데 이름만 있고 연락처가 없는 경우도 있어 신원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선사 관계자는 "탑승객 명단을 나름대로 파악해 나가고 있다"고 했으나,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인천항여객터미널 관계자는 "CCTV 확인 결과 개찰구를 통해 세월호에 탑승한 승객은 405명이다"며 "승무원 29명을 제외한 나머지 41명은 화물트럭 기사 또는 승용차량 등을 몰고 배에 탑승한 사람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승선권 기재 사항과 탑승객의 신원을 대조하는 '검표' 절차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승선 인원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혼선은 막을 수 있었다. 검표 등 지도감독 책임은 해양수산부와 산하기관인 인천지방해양항만청 등에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임승재·정운·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