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 죽음앞 가족·친지들
시신 부여잡고 울부짖다 실신
취재진에 '고성' 벽치며 절규도

장례식장 찾은 학생들 '통곡'
구조된 친구들은 주변 맴돌아
"도저히 못들어가겠다" 울먹


안산 고대병원은 하루종일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가족들과 학생들 수백명은 친구들과 선생님의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과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을 오가며 비통함을 참지 못했다.

17일 오전 설레는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고(故)임경빈·정차웅·권오천 군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오자 소식을 듣고 달려온 후배 학생들은 말을 잊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가족과 친지들은 오열하며 연신 이들의 이름을 부르다 실신하기도 했다.

임군 등의 시신이 차에서 내려지고 그 뒤를 따르던 유가족들은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흰 천으로 둘러싸인 자식을 부여잡고 "차웅아, 차웅아"라고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임군의 아버지는 충격에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영안실로 들어가는 자식의 뒤를 따라갔다.

힘든 와중에도 임군의 아버지는 취재진에게 "이 나라는 정의도 없고 의리도 없다. 지만 살겠다고 전부 빠져나왔다. 우리 아들 살려달라"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이 영안실에 들어가자, 유가족들은 그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한 유가족은 정신을 잃고 응급대원의 부축을 받아 밖으로 실려나가기도 했다. 마치 자식을 쓰다듬는 것처럼 영안실 창문을 어루만지며 흐느끼기도 했다.

황망한 죽음 앞에 감정이 격해진 일부 유가족들은 취재진을 향해 "찍지마, 찍지말라고"를 외치며 절규했고, 한 아버지는 밖으로 나와 주먹으로 벽을 여러번 세게 때리자 현장에 있던 직원들이 만류하기도 했다.

절망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에 현장에 있던 정부 관계자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영안실을 황급히 빠져나와 고개를 숙였다. 유가족들의 안전에 대비해 운구가 끝나도 자리를 떠나지 않던 119대원들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진도에서 이 곳 병원까지 이들을 운구한 한 응급대원은 "출발해서 도착하는데 3~4시간이 걸렸는데, 부모와 가족들은 아이의 시신만 어루만지며 계속 울기만 했다"며 "운전하는 내내 마음이 아파 운전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오후 2시가 넘어서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급하게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문 후 학생들은 장례식장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서로 껴안으며 소리내어 울기도 했다.

반면 구사일생으로 구조돼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인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상대적으로 몸 상태가 나은 학생들은 부모님의 부축을 받아 건물 사이를 산책하며 어제보다 밝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아직 회복하지 못한 학생들은 병실에 누워 계속해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장례식장 인근에 환자복을 입고 팔에 링거를 꽂은 채 장례식장 주변을 서성이는 구조학생들도 있었다. 차마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위만 맴돌며 하염없이 장례식장을 쳐다봤다.

권군과 같은 반 친구라고 밝힌 한 학생은 "도저히 저 안에 들어가지 못하겠다. 엊그제만 해도 함께 장난치던 오천이 얼굴을 어떻게 보냐"며 울먹였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공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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