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사망소식 감당못해
실종 친구들 무사귀환 염원
칠판·책상 곳곳에 '빼곡'
봉사자도 한마음으로 위로


"우리 같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자고 약속했잖아…."

17일 오전 안산 단원고는 온통 눈물바다였다. 이날 학교 4층 강당에는 익숙한 친구들과 선생님의 이름이 '사망자'라는 단어와 함께 뉴스를 통해 보도되자 곳곳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오열했다.

친한 선·후배의 사망소식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듯 어린 학생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고 일부 학생이 선생님의 품에 안겨 "진짜 죽은 거 아니죠", "믿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자 모두가 울음을 터트렸다.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18)양은 "며칠 전에 학교에서 후배가 수학여행을 간다고 해서 실컷 추억 만들고 오라고 말해줬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냐"며 "다시 돌아온다면 예전보다 정말로 잘해 줄 수 있다. 진짜 보고싶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고현장인 전남 진도로 내려가지 않은 실종자 가족들은 자녀들이 공부했던 교실에 들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하염없이 자녀의 이름만 불렀다.

실종자 박모(17)양의 어머니는 딸의 책상에 붙어있는 명패를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연신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수학여행에 못 간 친구들은 비통한 감정을 애써 감춘 채 메모지에 '차가운 바다 속에서 춥지. 그만 빨리 돌아와', '같이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기로 했잖아. 꼭 함께 가자' 등 실종된 친구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메모들을 성의껏 적어 칠판과 책상에 붙여 놓았다.

2학년에 재학중인 김모(18)양은 "내가 진로문제로 정말 힘들었을 때 자상하게 고민을 상담해주셨던 남윤철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얼마 전에 스터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영화까지 보여주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된 러시아 남학생의 어머니도 비탄에 빠졌다. 그는 어눌한 한국말로 "착하고 성실한 우리 아들은 살아있을 거다"며 "내가 어떻게 키워온 아들인데…"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을 지켜보는 자원봉사자들은 함께 슬픔을 공유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등에서 나온 자원봉사자 수십명은 바쁘게 급식을 하는 와중에도 눈물을 흘리면서 슬퍼하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보이면 먼저 다가가 어깨를 토닥여주면서 "희망을 잃지 말라"고 전해줬다.

자원봉사자 김성애(47)씨는 "전부 내 아들, 딸 같은데 어떻게 가만히 두고만 볼 수가 있겠느냐"며 "제발 아이들이 살아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이재규·박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