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대책본부가 꾸려진 진도 실내체육관은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수학여행을 간다며 집을 떠나고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사랑한다는 문자를 남긴 아이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학부모들의 질문에 그 누구도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설마로 시작한 학부모들의 걱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통함으로 번져가고 있지만, 해경의 '나몰라라 대처'가 불신과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답답하고 막연한 심정을 표출할 곳 없는 학부모들은 너도나도 체육관 앞 무대위로 뛰어들어 마이크를 잡고 현재 해경의 구조활동이 "거짓이며 허구다"라고 폭로하고 있다. 하지만 해경의 변화가 없는 한 이들의 외침은 대답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학부모들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아이들의 소식을 알아야 할 학부모대책본부가 정보가 가장 느리고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때론 진실로 둔갑하고 있다.
지난 16일 해경은 박모(18)양이 사망했다고 학부모대책본부에 알렸지만, 부모와 교사가 시신을 확인한 결과 박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17일에는 이모(18)양의 어머니가 학교측으로부터 딸이 살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사실을 확인한 결과 잘못된 통보였다. 그러는동안 학부모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현장을 찾았지만 모두 환영받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현장을 찾을 때마다 "제발 구조를 적극적으로 해달라", "지금 현장은 어떤 상태인지 보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그들은 눈도장을 찍었다는듯 말없이 자리를 떴다.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실내체육관 맨바닥에서 눈도 못붙이고 정신을 잃으면서까지 흐느끼고 있는 그들에게 구조당국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위로는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는 것이 아닐까.
/사회부 윤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