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사망 소식 들려오자 비통해하는 실종자 가족들
"산소라도 빨리 투입하라" 상황 진전없자 격렬 항의
공기주입 지연에 반발… 방문 고위인사에 비난 세례
날이 밝으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 수색작업이 시작됐지만 구조자는커녕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실종자 가족들은 대부분 분노한 상태로 체육관을 찾은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을 향해 신속한 구조를 요청하며 욕설 섞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사고 첫날인 16일 학부모 대책본부가 마련된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자정이 가까워 오는데도 새로운 구조소식이 없자 흥분한 학부모들의 고성이 오갔다.
특히 임경빈, 권오천 학생이 숨져 학생 사망자가 3명으로 늘어나자 학부모들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텔레비전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은 오열하다 결국 실신하기까지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동생이 (빌린) 배로 사고 현장 근처까지 갔지만, 군과 해경 등 구조단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학생들의 생명을 살리라고 지시했는데 세금먹는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이 놀고만 있느냐. 수백명이 현장에 투입됐다던 발표는 모두 거짓이냐"고 항변했다.
이튿날인 17일 0시30분께 정홍원 국무총리가 체육관에 들어서자 수십여명의 학부모들이 떼거리로 몰려들었다. 화가 난 실종자 가족들이 물세례를 쏟아붓자 정 총리는 체육관을 빠져나가기에 바빴다.
정 총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후 상황이 진정되자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다수 학부모들이 '산소를 투입하라'며 김 지사 등에게 항의했다.
오전 2시께에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체육관에 도착, "학생 14명이 살아있다고 하는 카톡이 있기 때문에 우선 그 진위 여부는 후에 확인하더라도 선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며 "산소를 투입하고, 잠수 요원들이 배 안으로 들어가 구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뜬눈으로 밤을 지샜으며,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구조요청은 분노에서 애원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한모(18·여) 학생의 어머니는 "비까지 내리니 수색이 어려워질까 걱정이 된다"며 "수학여행때 비가 온다고 했는데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날이 밝아도 구조되는 학생들이 없자 한 학부모는 시, 교육청 등 대책본부 관계자들을 향해 "네 자식들이어도 이렇게 가만히 있겠느냐"고 소리치며 TV 등을 부수다가 군인들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오전 7시께 체육관에 있던 학부모 200여명이 팽목항으로 이동, 사고현장으로 가는 배편에 몸을 실었다. 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두손 모아 기도하며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를 반복했다.
하지만 계속 사망자가 추가되면서 학부모들의 희망이 산산이 부서져 갔다.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 구조자는커녕 사망자만 속출할 뿐이었고, 이 가운데 단원고 2학년 박영인(18), 박성빈(18·여) 학생 등이 포함돼있다는 언론 보도에 학부모들이 절규했다.
이중 박양의 경우 단원고 교사들이 시신을 확인한 결과 박양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마찰을 빚었다.
교사 A씨는 "지난해 담임을 맡은 내가 성빈이를 몰라보겠느냐"며 박양의 부모님을 껴안고 통곡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박양의 부모는 "대체 우리 딸이 살았느냐 죽었느냐. 구조는 된 것이냐"며 울부짖었다. 박군의 부모 역시 아들이 숨졌다는 소식에 실신, 병원으로 이송됐다.
확인결과 두 사람 모두 신원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계당국의 허술한 구조 및 조사 과정을 본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분노했다.
게다가 낮 12시30분에 예정돼 있던 선박 공기주입 작업이 오후 5시로 연기되자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이모(18·여) 학생의 아버지는 "항까지 나와 봤는데 착잡하기만 하다"며 "아이들이 차디찬 물속에서 수십시간을 버티고 있는데 자꾸 수색이 연기되니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후 2시께 세월호 침몰 사고해역을 둘러본 실종자 가족들은 축처진 상태로 팽목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으며, 대부분의 가족들은 체육관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망망대해만 바라보면서 자식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안철수, 송영길, 김상곤 등 다수의 정치인들이 체육관을 찾았다가 학부모들의 비난을 받았다. 침몰 사고가 난 지 이틀째, 추가 구조자가 나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으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윤수경·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