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지휘선 정박한후 수색
주변 100여척 선박 둘러싸
지켜보던 실종자부모 발동동
"딸 이름 되뇌이는 일밖에는…"

전남 진도에서 여객선 침몰 사건이 벌어진 지 하루 만인 17일 오전 8시 50분께, 진도에서 남서쪽으로 22㎞가량 떨어진 바다에는 뒤집힌 여객선의 일부가 보였다. 이미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선체는 여객선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난 밤 강한 조류 탓에 수색 작업에 어려움을 겪던 해양경찰은 날이 밝아오자마자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100여척이 넘는 크고 작은 선박들이 세월호 주변을 동심원 형태로 둘러싸 집중수색을 펼치고 있었다.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지휘선인 3천t급 3009함을 세월호 인근에 정박시킨 뒤 수색 지휘를 내렸다. 하늘에는 2~3대의 헬기가 사고 해역을 오가며 수색을 펼쳤으며 잠수부들을 실은 검은색 고무 보트 3~4대도 빠르게 사고 여객선쪽으로 향했다.

인접한 여수, 완도, 군산 해경의 선박들도 모두 동원됐으며 안타까운 마음에 현장을 찾은 소규모 민간 선박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는 등 주변 섬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자 구조자들이 선체 내부 진입에 실패하는 등 수색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학부모들은 세월호 인근에서 수색 상황을 살필 수 있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아들과 딸의 생사를 살피고 싶은 학부모들은 비를 맞으면서 갑판으로 나가 구조 현장을 지켜보는가 하면, 일부 학부모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오열,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한 실종학생 어머니는 "현장에 와도 가까이에서 이렇게 딸의 이름을 되뇌는 일밖에 할 수 없지만, 엄마가 이렇게 왔으니 딸이 분명히 힘을 낼 것"이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오전 10시께에는 해경 송수신기를 통해 시신 3구가 발견됐다는 비보가 전해져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박모(18)군의 경우 중학교 때의 학생증을 몸에 지니고 있어 금세 신원이 확인됐으며, 두 번째 남모(35) 교사의 경우 해경특공대가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잇따라 여객선 침몰 사고 희생자들이 발견되자 해경은 100t 이하의 선박들은 세월호 500m 이내까지 움직이며 수색하라는 지시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해경은 혹시 모를 기름 유출에 대비, 침몰 여객선 주변으로 주황색 기름 펜스를 두른 상태였으며 방제 선박도 인근 현장에 대기한 상태였다.

해경 관계자는 "인근 해양경찰서는 물론 해군과도 협조하는 등 수색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악천후 때문에 수색에 제한이 있다"며 "천안함 현장에도 투입됐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실종자 가족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윤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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