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뜬눈으로 밤을 지샌 것으로 알려져 피곤함이 엿보였으나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가 이틀 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면서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고함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침착을 잃지 않은 박 대통령은 피해 가족들에게 구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어떤 위로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애가 타고 참담하겠지만 구조소식을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으로 책임질 사람은 엄벌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승선자 명단 확보와 구조작업 현황판 설치 등의 요구에 대해서도 "가족들이 얼마나 답답하시겠느냐. 잠수하러 내려가서 어떻게 됐는지 자세하게 알려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현장도 최선을 다하지만 가족도 알아야 한다. 애가 타고 미칠 거 같은 이분들에게 알려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그러나 일부 실종자 가족은 박 대통령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정부가 구조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한 실종자 가족은 울면서 "우리 애가 차가운 데 갇혀있는데 살려달라"고 울부짖었고, 이곳저곳에서 "여기서 이러지 말고 빨리 대책이나 내놓으라"며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잠수부 500명을 투입해 수색을 하고 있다"고 하자 고함과 함께 욕설이 터져나왔고, 박 대통령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박 대통령은 가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아후…"라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 편으로 광주공항에 도착한 뒤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의 여객선 침몰현장을 방문,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군과 해경 등의 구조 활동을 독려했다.
민방위복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됐는데 구조가 더뎌서 걱정이 많다"며 "어렵고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달라. 그리고 구조요원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청와대는 여객선 침몰 사고 이틀째인 이날 모든 회의를 취소하고 비상근무태세에 돌입하는 동시에 군과 해경의 실종자 구조 상황에 촉각을 세웠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