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권오천군은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누구보다 효심이 강하고 바른 학생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십이 강하고 활발해 1학년 때는 반장도 할 만큼 교우관계도 좋았다.
특히 권군의 마지막 모습을 본 같은 반 김모군은 "오천이가 우리를 구하려다 다리를 다쳤는데도 끝까지 같이 있던 친구들 먼저 밖으로 내보냈다"며 "오천이 덕분에 나는 밖으로 무사히 나왔는데…"라고 고개를 숙였다.
친구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줬다고 알려진 고(故) 정차웅군은 심성이 곱고 양보를 잘하는 친구로 통했다.
사고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같은 반 친구 김모군은 "차웅이는 원래 친구들 말도 굉장히 잘 들어주고 평소에도 친구를 위해 양보를 잘 하던 아이"라며 "보지는 못했지만, 차웅이는 구명조끼를 벗어주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고(故) 임경빈군의 아버지 임모씨는 임군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임씨는 "사고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설마 하면서 현장에 갔다"며 "제발 우리 아들 좀 살려달라"고 오열했다.
학생들을 지키기 위한 선생님과 승무원의 희생은 마지막 순간까지 빛을 발했다.
고(故) 남윤철(35) 선생님은 자신이 맡은 6반 아이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통솔하며 일일이 구조대로 탈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6반 김승재군은 당시 상황을 돌이키며 "선생님이 우리 먼저 탈출을 시키셨는데 선생님이 탈출하려는 순간 물살이 세지면서 물에 쓸려 떠내려갔다"며 "선생님은 우리를 구하려고 목숨까지 버리셨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승무원 고(故) 박지영씨는 구명조끼마저 학생들에게 양보한 채 탑승객의 안전을 지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박씨과 함께 3층 로비에 있었던 김수빈군의 증언에 따르면 로비 바로 옆 방송실에 있던 박씨가 10여명의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착용시키고 "움직이지 말고 끝까지 난간을 붙잡으라"고 지시했다.
김군 등 학생들이 "누나도 조끼 입으세요" "같이 나가요"라고 울면서 소리쳤지만 박씨는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고 안전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비상구 쪽으로 몸이 쏠리는 등 배가 점점 더 심하게 기울고 있었는데, 승무원 누나가 끝까지 난간을 잡고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며 "이후 구조대가 도착하자 그제서야 승무원 누나가 "전부 뛰어내려"라고 말해 모두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 /경인일보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