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슬픔에 잠긴 국민들에게 용기를 심어줬다.

류현진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와 원정경기에 시즌 다섯 번째로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4안타와 볼넷 하나만 내주고 탈삼진 3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호투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다저스가 2-0으로 앞선 8회말 브라이언 윌슨과 교체됐고, 경기를 2-1 승리로 끝나 승리투수가 됐다.

최근 2연승이자 시즌 3승째를 기록한 류현진은 올 시즌 개막 이후 원정에서 4경기 연속 26이닝 무실점 행진도 이어갔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원정경기 28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류현진은 지난달 2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즌첫 등판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본토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달 12일 애리조나 원정에선 다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봉쇄한 뒤 엿새 만에 무실점 이닝을 7회 더 늘렸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저스 구단 사상 선발투수가 원정경기에서 4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막은 것은 1988년 9월 오렐 허샤이저(37이닝) 이후 류현진이 처음이다. 허샤이저는 당시 앞뒤 경기를 포함해 41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류현진으로서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 실점과 최소 이닝 소화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안긴 샌프란시스코에 설욕한 것도 큰 수확이다.

류현진은 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홈 개막전에서 2이닝 동안 8피안타 8실점(6자책)하고 조기 강판당해 시즌 첫 패배를 떠안은 바 있다.

그러나 재격돌에서 '완벽투'로 류현진의 시즌 성적은 3승 1패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2.57에서 1.93으로 떨어졌다.

다저스는 10승6패로 샌프란시스코와 지구 공동선두가 됐다.

이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최다 투구 수(114개)에 2개 모자라는 112개의 공을 던졌다. 이중 72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93마일(약 150㎞)이 찍혔다.

매디슨 범가너와의 왼손 에이스 간 대결로도 관심을 끈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초반에는 지난 경기와는 달리 초구로 빠른 볼보다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다양하게 볼 배합을 가져가며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공략했다. 이후 한 타순이 돌고 나서부터 첫 공을 직구로 던지는 횟수를 늘려갔다.

류현진은 1회에 안타와 도루를 허용해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지만 후속타자를 범타 처리하고 실점없이 막았다.

다저스는 2회초 2사 후 볼넷과 내야안타에 이은 팀 페더로위츠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계속된 2사 1,2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1루수 뜬 공으로 잡혔다.

류현진은 2회말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 때문에 울다 웃은 모양새가 됐다.

류현진은 1사 후 브랜던 벨트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브랜던 힉스를 평범한 외야 플라이로 유도했다. 하지만 푸이그가 공을 잡아 놓친 뒤 급하게 2루로 던졌고 다행히 선행주자 벨트를 아웃시켰다.

푸이그는 이어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그레고르 블랑코의 타구를 등을 지고 쫓아가다가 잡아내는 아슬아슬한 수비도 펼쳤다.

3회에도 2사 후 펜스의 강한 타구가 류현진의 글러브를 맞고 내야안타가 돼 출루시켰다. 하지만 산도발을 3루 땅볼로 잡아 역시 2루까지는 밟지 못하게 했다.

다저스는 4회 스콧 반 슬라이크의 2루타와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류현진과 디 고든이 차례로 삼진으로 물러나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류현진은 4회 1사 후 마이클 모스를 이날 첫 볼넷으로 살려 보냈지만 벨트와 힉스를 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저스 타선은 5회 애드리안 곤살레스의 우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리고 상대 선발 범가너까지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며 류현진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했다.

두 점 차 리드를 안고 6회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산도발에게 공 세 개를 던져 삼진으로 쫓아내는 등 이날 처음으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7회에도 외야 플라이와 내야 땅볼로 세 타자만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다저스의 불펜은 힘겹게 리드를 지켰다.

류현진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은 윌슨은 8회 첫 타자 에이레 아드리안사에게 2루타를 얻어맞는 등 1사 1,2루 위기를 맞은 뒤 후속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9회 등판한 마무리 켄리 얀선도 2사 1,2루 상황에 몰리더니 아드리안사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다저스가 한 점 차로 쫓기게 했다. 그러나 대타 브랜던 크로퍼드를 좌익수 뜬 공으로 잡고서는 다저스의 샌프란시스코 3연전 전패를 막았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