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형 참사 책임자로 처벌받은 대표적인 인물은 고(故) 이준 전 삼풍건설산업 회장이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와 승무원들에 대한 처벌 여론이 높아지는 와중에 502명의 사망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이 전 회장의 전례가 관심을 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업무상 횡령, 업무상 과실치사, 업무상 과실치상, 뇌물공여 등 4가지 혐의로 1995년 7월 26일 구속기소됐다. 사고 발생 27일 만이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 전 회장이 삼풍백화점의 각종 인허가와 관련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사고 당일에도 백화점 붕괴 위험에 신속히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 전 회장은 첫 재판 전에 사선 변호사를 구하지 못했다. 아무도 변호를 맡지 않으려 해 국선 변호사가 선임됐다.

서울중앙지법은 4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실 공사 풍조를 불식하기 위해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검찰 구형량은 징역 20년이었다.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7년 6월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썼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전 회장은 상고심에서 부실시공과 무리한 용도 변경 탓에 백화점 건물이 무너졌다는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징역 7년 6월은 그대로 확정됐다.

고령의 이 전 회장은 형기를 다 채우고 81세 되던 2003년 4월에야 출소했다. 2000년 8·15 특사 당시 사면장을 잘못 송달받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결국 사면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이 전 회장은 지병으로 당뇨와 고혈압을 앓았고 감옥에서 신장병까지 얻었다. 병원으로 직행한 그는 신장투석기에 의지한 채 거의 의식이 없이 지내다가 출소 6개월 만에 사망했다.

검찰은 세월호 선장 이씨에게 특가법상 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5조의 12), 형법상 과실선박매몰(186조)·유기치사(275조), 수난구호법·선원법 위반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삼풍 사고 때와 적용 법조가 전혀 다르다. 이런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이씨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사고 경위 등을 추가 수사 중인 검찰은 전국민의 공분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공소사실을 확정해 이씨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