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권 신원 기재 확인하라"
해수부 훈령 관리감독 안돼
탑승객수 수차례 변경 촌극
엉터리 검표·화물 허위신고
희생자 수습·인계도 엉망
총체적 부실 '국제적 망신'
'번복, 번복, 또 번복….'
'세월호 침몰' 사고는 항만·여행업계의 안전 불감증과 해양수산부 등 정부 당국의 총체적 재난관리체계의 부실이 빚어낸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사고 직후부터 보여주고 있는 허술한 위기관리 능력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데다 외신들마저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보도하는 등 국제적 망신까지 사고 있다.
■ 갈팡질팡 대한민국
'477, 459, 462, 475, 476…'. 사고 이후 정부가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며 밝힌 탑승객 수이다. 나흘 동안 4차례나 변경됐다. 이 숫자는 아직까지 '추정치'다.
각종 재난사고에서 즉각적인 구조와 더불어 재난관리 대응의 첫 시작인 탑승자 숫자를 5일이 지나도록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한 화물차 기사의 부인이 무임승선했다가 사망자로 확인되는가 하면, 승선권에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일부 일반인 탑승객의 신원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해양수산부 훈령을 보면, 소속 기관인 지방해양항만청은 승선권에 여객의 인적사항(성명·생년월일·전화번호) 기재여부를 승선 전 선사가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또 선사가 이를 분실 또는 유출하지 않고 3개월간 보관해야 하지만, 선사 측은 규정을 무시했다.
또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은 여객수송실적을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자신들은 면허 관청일 뿐 탑승객의 신원을 확인하는 '검표' 등은 선사의 역할이라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탑승객 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하나도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 항만·여행업계, "터질 게 터졌다!"
항만·여행업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제주 노선을 이용하는 여행사 한 관계자는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제주도에서는 인천과 달리 불법 입국 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승선객의 명단을 선사에 제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검표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아직까지 탑승객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는 엉터리같은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화물 적재과정 중에 이뤄지는 승선 현장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역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작업 과정에서 기사들이 그냥 승선하는 경우가 허다할 뿐 아니라 화물차 기사들이 가족을 태우고 승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객 뿐만 아니라 화물도 허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는 출항 직후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 전체 탑승객은 여객 450명에 선원 24명 등 모두 474명, 적재한 화물은 차량 150대와 화물 657t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선사가 밝힌 승선 인원은 477명(현재 추정 인원 476명)이었고, 승용차 124대, 1t 트럭 22대, 자동화물 34대 등 180대의 차량과 화물 1천157t을 선적했다고 밝혔다.
즉, 해운조합에 차량 30대, 화물 500t을 축소 보고한 것이다. 해운조합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탑승객과 화물에 대한 신고를 받는 것이지, 이를 대조하고 검사하진 않는다"고 해명만 하고 있다.
■ 희생자 수습도 '엉망'
사고 현장에서 수습한 희생자를 다른 유족에게 인계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단원고의 한 사망 여학생은 장례식장에서 다른반 다른 학생으로 확인됐다.
부모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바뀐 것이 확인된 것이다. 또 다른 학생인 이모군도 옷주머니에서 발견한 박모군의 학생증 덕분에 박모군으로 발표됐다가 부모의 확인으로 이모군으로 정정됐다.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지문등록이 돼 있지 않아 이같은 혼란이 가중되자 해경은 뒤늦게 실종자 가족들의 DNA를 채취, 희생자와 대조해 철저히 신원확인을 하기로 했다.
/특별취재반
■ 특별취재반
▲ 반장 = 박승용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 반원 = 김대현 차장, 박종대·공지영·윤수경·강영훈 기자(이상 사회부), 이재규 차장, 김영래 기자(이상 지역사회부), 김도현 차장, 임승재·김민재·정운·홍현기·김주엽·박경호 기자(이상 인천본사 사회부), 김종택 부장, 임열수 차장, 하태황 기자(이상 사진부) 임순석 부장, 조재현 기자(이상 인천본사 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