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그와 관련한 작은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이다.
즉 일정 기간에 여러 차례 경고성 전조가 있지만 이를 내버려둬 큰 재해나 사고가 생긴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통계 작업을 하다 산업재해로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 29명이 있었으며 역시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은 사람이 300명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인리히는 이 같은 이론을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1931)이라는 책에서 소개했고 그때부터 '하인리히 법칙'이 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세월호는 여러 징후를 무시하다 참사를 빚은 '하인리히 법칙'의 전형적 사례로 보인다.
사고 이후 관련자의 증언을 통해 세월호에 크고 작은 징후가 여러 가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사고 2주 전에 조타기 전원 접속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사가 작성한 수리신청서에는 "운항중 'No Voltage(전압)' 알람이 계속 들어와 본선에서 차상 전원 복구 및 전원 리셋시키며 사용 중이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치 못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후 조타기 결함 부분에 대해 수리가 완료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타기는 자동차로 치면 핸들 같은 역할을 한다. 세월호 조타수 조모씨는 "조타기를 돌렸는데 조타기가 평소보다 많이 돌아갔다"며 조타기 결함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세월호의 원래 선장인 신모씨의 부인은 "남편이 선박 개조 이후 여러 차례 선체 이상을 느껴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됐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지난해 5월 제주항에 도착해 화물을 부리다 세월호가 10도 넘게 기운 적이 있다는 전직 선원의 증언도 보도됐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해양경찰 특별점검에서 배가 침수됐을 때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수밀 문의 작동 등이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