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에서 죽어간 내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딸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여학생의 아버지가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숨진 딸을 두 번이나 고통을 줄 수 없다는 아내의 만류에 끝내 눈물을 머금고 결국 부검을 취소했다.

A양의 아버지는 21일 경인일보 취재진과 만나 "딸 아이의 죽음이 너무 억울하다"며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안산 B병원에 딸의 시신을 안치한 뒤 곧바로 부검을 요청했다. 딸의 사인이 익사가 아니고 질식사나 저체온증일 경우 정부의 책임을 따지겠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사고현장에서 정부의 구조작업 지연에 따라 선박 내에 갇힌 생존자들이 잔존공기 부족으로 질식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사고소식을 듣고 진도에 내려가 정부 측 관계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사고현장을 둘러봤다"며 "하지만 언론보도에서 잠수부 150여명이 투입됐다는 내용과 달리 사고현장에선 UDT 요원 2명만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딸의 시신을 확인하라는 전화가 와서 목포 중앙병원으로 찾아갔는데 숨진 딸의 이마에서 피가 흐른 자국이 보였다"며 "뭔가 문제가 생겨 딸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검이 아이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고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며 "정부의 구조방식이 적절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죽은 딸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해 전남 목포에서 안산으로 시신을 옮겨온 뒤 부검을 신청했다"며 "그런데 부검으로 두 번이나 딸에게 고통을 줄 수 없다며 나 몰래 아내가 부검을 취소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허술한 구조활동으로 딸을 잃은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크다. 딸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반

■ 특별취재반 

▲ 반장 = 박승용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 반원 = 김대현 차장, 박종대·공지영·윤수경·강영훈 기자(이상 사회부), 이재규 차장, 김영래 기자(이상 지역사회부), 김태성 기자(정치부), 김도현 차장, 임승재·김민재·정운·홍현기·김주엽·박경호 기자(이상 인천본사 사회부), 김종택 부장, 임열수 차장, 하태황 기자(이상 사진부), 임순석 부장, 조재현 기자(이상 인천본사 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