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30여년간 교단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해 온 안산 단원고등학교 고(故) 강모 교감은 죽어서도 학생들 곁을 지키길 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구조된 후 학생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중압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 교감의 발인식이 21일 오전 4시30분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 무거운 침묵속에 치러졌다.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 30분 앞당겨 시작한 강 교감의 발인식은 조용히 진행됐다.

유가족과 강 교감의 동료교사, 지인 등 수십명이 참석했지만 곳곳에서 작은 흐느낌만 들릴 뿐 크게 통곡하는 이는 없었다. 비극적인 죽음 앞에 다들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사고직후 조치에서도 학생들을 지키기 위한 강 교감의 애틋함이 그대로 나타났다. 강 교감은 침몰사고로 위험을 감지한 직후부터 수시로 학교와 연락을 취했다.

또 학생들을 걱정할 학부모들을 맞이하기 위한 학부모 대기실도 학교측에 확보토록 조치했다. 배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세월호 승무원들이 정확한 내용을 방송하지 않아 침몰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수원 연화장을 향하는 강 교감을 실은 운구차가 천천히 장례식장을 출발하자, 유가족들과 동료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그 뒤를 따랐다. 강 교감의 어머니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학생들의 손에 몸을 기댄 채 운구차를 따라갔다.

강 교감의 운구행렬은 연화장에 도착하기 전, 잠시 그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단원고 앞에 멈췄다. 유가족들은 버스에서 내리지 않은 채 강 교감을 실은 운구차만 5분여가량 학교 안을 돌았다.

1987년 교사를 시작, 30년 가까이 학생을 가르쳐 온 강 교감은 올해 3월 단원고로 부임했다. 강 교감은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8일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족들은 강 교감을 화장한 뒤 사고가 수습되는 대로 유골의 일부를 사랑하는 제자들이 잠들어 있을 진도 앞 바다로 돌려 보낼 계획이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