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단원고 학생들 상당수 거주
수십명 숨지고 120여명 실종상태
"내집, 네집없이 우애 깊었는데"
"동네 전체가 텅빈것 같은 느낌"
"한 집 건너 한 집씩이 실종 학생의 집입니다. 동네 전체가 텅 빈 것 같고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21일 오후 10시 현재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246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종 학생 대부분이 살고 있는 단원구 고잔1동과 와동은 온 동네가 '비통' 그 자체다.
고잔1동에는 단원고 학생 80명이, 와동에는 58명이 실종상태다. 말 그대로 한 집 건너씩 아이가 사망하거나 실종된 상태다.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전체 학생은 325명. 이중 이날까지 75명이 구조됐고, 43명이 사망으로 확인됐으며, 246명이 실종상태다.
고잔1동에 거주하는 학생은 모두 107명이고, 와동에는 97명의 학생이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고잔1동의 경우 107명 중 80명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못하고 있으며, 와동 거주 학생도 97명 중 첫날 극적으로 가족의 품에 안긴 28명을 제외하고는 11명이 이미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고, 58명이 실종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고잔1동과 와동에서는 밝는 표정의 사람을 발견할 수 없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무엇에 씐 듯' 멍하고, 침통한 표정이다.
이날 오후 고잔1동 앞 교회서 만난 최모(53)씨는 "비록 형편이 넉넉지 않은 아이들이었지만 네집, 내집 할 것 없이 우애가 깊은 아이들이었다. 도저히 이 동네에서 살아나갈 자신이 없다. 어른으로서 너무나 미안하고 제발 단 한 아이라도…"라며 눈물을 훔쳤다.
현재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강모군의 부모가 S초등학교 앞에서 운영하는 마트 셔터에 '우리 ○○이를 지켜주세요'라는 글을 붙이자, 이웃·친구들이 1천장이 넘는 소원지를 붙이며 강군이 제발 살아돌아오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와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도 어려운 이웃들이 주로 살고 있지만, 단란한 가정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곳으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학생들의 실종 소식에 동네 전체가 말 그대로 망연자실한 상태다.
특히 이 마을 안모씨의 경우 지난해 9월 남편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뒤 3남매 중 막둥이 아들인 권모군마저 이번 사고로 잃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웃들을 더욱 가슴아프게 하고 있다.
동네 주민 오모(56·여)씨는 "시끄럽게 동네를 오가던 학생들이 하루 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며 "동네 전체가 슬픔에 빠져 정지된 것 같다"고 울먹였다.
박경택 와동 동장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와동 공구상가에서 만난 이모(34·여)씨는 "다섯 살짜리 아이가 늦게 돌아와도 가슴이 쿵당쿵당 뛰는데 차가운 바닷물속에 아들과 딸이 있는 부모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구조작업이 하루하루 늦어지면서 고잔1동과 와동 주민들은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 깊은 바닷속으로 더욱 빠져들고 있었다.
/특별취재반
■ 특별취재반
▲ 반장 = 박승용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 반원 = 김대현 차장, 박종대·공지영·윤수경·강영훈 기자(이상 사회부), 이재규 차장, 김영래 기자(이상 지역사회부), 김태성 기자(정치부), 김도현 차장, 임승재·김민재·정운·홍현기·김주엽·박경호 기자(이상 인천본사 사회부), 김종택 부장, 임열수 차장, 하태황 기자(이상 사진부), 임순석 부장, 조재현 기자(이상 인천본사 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