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철 남서울대학교 교수·기획조정관리실장
산업화 초기에나 있을법한
대형참사에서 왜 못 벗어나나
정부·언론·시민사회 총체적 난국
나만 잘하면 된다는식 논리 탈피
공동체·배려·파트너십 형성하는
교육패턴으로 이젠 바꿔야


지난 16일 오전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로 수학여행 가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이 타고 있던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는 기막힌 일이 발생했다. 승객 476명 중 구조인원 174명에 불과하고, 302명이 사망 또는 실종이다. 작년 7월 18일 사설 해병대 캠프 훈련에 참가했던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과 불과 2달 전인 금년 2월 17일 경주시 마우나 오션 리조트 강당에서 부산 외국어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도중 지붕이 붕괴되어 10명이 사망한 고통스런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보다 훨씬 더 큰 참극이 발생한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당일 하루에도 '학생들 전원 구조됐다, 293명 실종돼 수색 중이다, 해경이 구조 중이다' 등 어이없는 정부의 번복되는 발표로 천국과 지옥을 수없이 왔다갔다 하였다. 학생 전원 구조 되었다고 하여 안도하고 있었는데 실종자수가 느닷없이 107명에서 293명으로 늘어났다고 하니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참담한 심경은 어떠했겠는가? 실종자 가족과 학부모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 정부는 없다. 사고 초기부터 냉정함을 잃고 허둥대 차분한 대응이 필수적인 재난안전대책의 기본도 무시되었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 또한 수십 대의 방송사 카메라와 취재진에 점령당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왜 우리사회가 산업화 시대 초기에나 벌어졌을 대형 참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는가? 정부, 언론, 시민사회 모두 총체적 난국이다. 경제적 성장을 따르지 못하는 문화적 철학적 사고의 부재가 온 사회에 만연되어 있으며, 인문학 경시풍조 속에 윤리와 도덕이 무너져 내리고 어느 틈엔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지금이라도 국민 교육의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교육 논리에서 벗어나 이타적이고 공동체 우선 배려적인 교육이 중시되어야 하며, 개별 과제보다는 그룹과제를 부여함으로써 파트너십 형성에 기여하여야 한다.

언론 또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상파, 종편 할 것 없이 취재과열 전쟁이다.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내용을 속보라 하여 마구잡이로 쏟아내어 온 국민을 혼란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KBS 1 TV만이라도 국민 재난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 타 방송사와는 달리 속보전쟁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저널리즘이 갖추어야할 기본 여건(사실 내용 확인철저, 앵커의 보도자로서의 역할 준수, 피해자 초상권 보호 등)을 준수하는 국민방송이 되어야 하며, 구조과정에 있어서 정부의 감시자 역할을 하여야 한다.

교육 기본법에는 학교는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교육할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학교의 안과 밖에서 학생들의 본분인 학업에 충실하기 위해, 또 마음껏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하여 정부와 교육부, 교육청, 학교,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끊임없는 세심한 배려와 관심, 감사, 제도적 보완을 해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애타게 부모님을 불렀을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교육 주체들의 비상한 결단과 자기혁신의 각오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안전을 최상위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추구하는 현 정부에 과연 재난재해구조 매뉴얼은 수립되어 있는지? 수립되어 있다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스러져간 젊은 영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 창피하지 않은 어른들이 되기 위해서라도 제발 이제 정신 좀 차리자!

엄청난 참극에 대한 슬픔보다 강한 분노를 먼저 느끼지만 정부에 두 손 모아 부탁한다. 말로 떠들지 말고 모든 곳에서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서라도 실종자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기를 촉구한다. 다시 한 번 삼가 희생자, 실종자 가족 여러분에게 비통한 마음을 부여안고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올리며,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기원 드린다.

/이성철 남서울대학교 교수·기획조정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