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사고로 정치권이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며 '신중한' 활동을 벌이는 가운데 22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는 여야 의원간에 얼굴을 붉히며 고성 섞인 설전을 벌이는 바람에 회의가 파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공개로 열린 제2법안심사소위(위원장 이춘석) 회의에서 청원경찰의 보수를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국회 안전행정위 소관 청원경철법 개정안을 논의하던 과정에서다.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소관 정부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재정 부담 등을 들어 즉각적인 법안 처리 대신 추가 협의 입장을 밝히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예산 수반 법안에 대해 기재부가 와서 좀 자주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다시 한번 돌이켜봐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법사위에서 그동안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얼마나 많이 쏟아냈느냐"며 청원경찰 보수인상법안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사회를 보던 소위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이 "이 법에 대해서만 (얘기하자)… 또 뭐 정치적인 선동을 하려고 해. 그런 식으로 논리를 펴지 말고…"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김 의원과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이 "지금 얘기하는데 뭐 하시는거냐", "왜 도대체 화를 내면서 그러냐"고 항의했고, 이 의원은 "점잖게 얘기를 해 그냥", "아니 목소리를 확 올리면서 왜 그렇게…"라고 맞받아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왜 반말을 하냐", "왜 그 따위로 진행하느냐"고 거칠게 반발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이 의원은 산회를 선포했다. 이날 소위에 상정된 14개 법안 중 7개만 심의된 상태였다. 

또 이 의원이 의사봉을 세 차례에 걸쳐 두드리는 과정에서 나무로 된 의사봉 받침대가 두동강 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받침대에 원래 금이 가 있는 등 낡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갑작스러운 산회 선포에 김 의원이 "조폭도 아니고 이 양반이…"라고거친 언사로 반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산회 후 이 의원은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 의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객선 침몰사고에 따른 전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정치권이 자숙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습이 연출된 것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소위에는 택배기사·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의 산재보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상정됐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처리가 보류됐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를 통과했으나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환노위는 한때 법사위의 월권 금지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안도 추진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