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남들에 비해 보잘것 없는
유일한 카드밖에 없다면
오로지 앞을 향해
전진하게 만드는 동력될 것이고
성공으로 이끌어 줄
핵심적인 키가 될 것이다


얼마 전에 부산 강의를 다녀오면서 KTX에서 영화를 두 편 보았습니다. 하행선에서는 한번의 기회(One Chance)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이 모여있는 듯한 휴대전화 외판원 폴포츠가 영국의 인기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프로에 출연해서 인생역전의 기회를 만드는 과정을 다룬 리얼 영화입니다. 어눌한 말투와 볼품없는 외모를 가진 폴포츠는 우연히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서 우승하면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출연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출연과 포기를 놓고 갈등하죠. 심사위원들의 냉소적인 표정에 더욱 기가 눌린 폴포츠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부릅니다. 감동한 청중과 심사위원의 기립박수를 받죠. 그리고 마침내 기적은 이루어집니다. 영화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르 흘렸습니다. 폴포츠의 선택은 성공으로 끝을 맺습니다.

상행선에서 본 영화는 50억 지구인이 사랑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랑을 그린 다이애나 영화였습니다. 찰스 황태자에게 버림받은 다이애나는 심장외과 의사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국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실연의 상처로 상심한 다이애나는 차선책으로 부호의 아들을 선택하죠. 그들은 파파라치에 쫓기다가 결국은 비운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다이애나의 선택은 실패로 끝납니다.

그날 KTX 상하행선에서 본 영화는 공교롭게 주인공이 둘 다 영국인이었고, 둘 다 선택의 문제를 다룬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왜 폴포츠의 선택은 성공으로, 다이애나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 편의 영화가 주인공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고, 저 또한 영화 한 편으로 두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겠지만 조심스럽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려봅니다.

'그 선택이 유일한 선택이었나? 그 선택이 얼마나 절실했는가?' 전쟁에 쓰이는 전략으로 '배수의 진(背水之陣)'이라는 전략이 있습니다. 물을 등에 지고 싸운다는 뜻으로 싸우다 죽든, 도망가다 죽든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목숨 걸고 싸운다는 뜻입니다. 폴포츠는 유일한 선택밖에 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지만, 다이애나는 또 다른 선택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두 편의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손에 다양한 선택의 카드를 쥐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유일한 카드를 쥐고 있는 경우가 승률이 높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선택이 승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낭떠러지에 서있는 위기감, 물러나면 죽는다는 절박함 때문에 죽을 힘을 다해서 도전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가거나 뒤로 물러날 수 있는 두 개의 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선택의 상황에서만 보면 유리한 조건이지만 목숨 건 싸움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물러날 수 있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실 속에서 자라면서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던 재벌의 2세는 대부분 당대에 파산하지만, 하나의 유일한 카드밖에 없어서 목숨 걸고 고난을 뚫고 자수성가한 1세는 대부분 다음 세대에까지 자산을 물려줍니다. 핵심은 절실함입니다.

남들은 여러 개의 카드를 갖고 있는데 당신은 카드가 하나밖에 없어서 두려웠나요? 열악한 환경 때문에 고통스러웠나요? 폴포츠와 다이애나의 사례를 보면 그럴 일도 아닙니다. 유일한 카드밖에 없다는 것은 당신에게 오로지 앞을 향해 전진하게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후퇴할 수 없고, 곁눈질할 수 없도록 하는 전진장치입니다. 오로지 하나의 길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신이 선택할 것은 역시 하나입니다. 앞으로 전진하는 것입니다. 결국 남들에 비해 보잘것없는 유일한 카드가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핵심적인 키가 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현재 결정적인 선택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잘것없는 유일한 카드만 갖고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성공가능성이 높은 카드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 카드에 당신의 모든 것을 걸기 때문입니다.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