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실종자 가족이 22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눈물을 흘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특별취재반
대책본부내 게시판엔 수습된 시신 인상착의가 적히고
배 입항시간 맞춰 신원확인실로 모여드는 실종자 가족
"얼마나 고통스럽고 살고 싶었을까" 오열·울분 가득


"아이고, 이 어린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떡해요."

22일 오전 8시 30분께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내 게시판에는 새로 수습된 시신의 인상 착의가 새롭게 적혀 올라왔다.

보통체격·갸름한편·흰색티셔츠 등 간단한 정보지만, 게시판을 지켜보던 수십여명의 사람들 사이에 있던 한 여성은 무엇인가를 직감이라도 했는지 파르르 몸을 떨며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1주일째를 맞으면서 실종자 시신 수습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참척(慘慽)의 고통을 맞이하는 학부모들의 슬픔은 저 바다도 다 감당하지 못할만큼 벅차다.

팽목항 가족대책본부내 게시판에 시신 수습 소식과 함께 시신을 실은 배의 입항 시각도 같이 적힌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가 돼서야 먼 바다에서 해경 함정 한 척이 들어왔다. 해경은 바다에서 시신이 수습되는 즉시 시신의 상태를 살피고 피해자 유족들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신체 특징, 옷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

배가 도착하자 덮개에 가려진 시신들이 내려졌다. 119 대원 여섯명이 양쪽으로 나눠 들것으로 시신을 날랐다. 같은 시각, 실종자 가족 30여명은 속속 신원확인실(임시 안치소) 앞으로 모여들었다. 신원 확인에 앞서 해경 관계자가 시신 한 구 한 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부들부들 떨며 방금 들어온 시신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듣던 학부모들중 휴대전화 뒤에 스티커 사진 5개가 붙어있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의자에 앉아있던 한 학부모는 "우리 딸이야, 우리 딸…"이라고 외치며 오열했다.

정오께 흰 천막이 걷혀지고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유족들이 신원확인소로 들어서자 천막 밖으로 유족들의 오열하는 소리가 흘렀다.

"한 여름에도 더운 물로 샤워하는 아인데, 얼마나 추웠을까. 우리 아기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가족들의 통곡이 팽목항에 울리자 길을 가던 행인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침묵했다.

함께 있던 경찰과 구급대원, 자원봉사자들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전날 시신중 하나가 손가락 골절을 입었다는 소식을 접했던 한 유족은 "아이가 자고 있는 거 같아, 잠에 들거나 기절한 뒤 죽은거면 괴롭지는 않았을텐데…"라고 되뇌었다. 119 대원의 부축을 받아 나오면서도 유족의 통곡은 이어졌고, 한 맺힌 진도 앞바다는 야속하게도 너무나 잔잔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