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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 생환의 행렬이었으면…. 온국민의 애타는 염원을 뒤로한 채 우리의 아이들이 싸늘히 식어 돌아오고 있다. 채 피지도 못한 꽃들,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7일째인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시신을 구급차에 운구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
선박 복원력 떨어져 '침몰 결정적 원인' 된듯
세월호가 침몰한 결정적인 원인은 선박의 복원력을 유지해 주는 '선박평형수(선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박하단의 탱크에 채우는물)'를 제대로 채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월호가 화물을 더 싣기위해 무게 중심을 낮춰 '선박평형수'를 뺀 채로 출항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천항 관계기관 내부에서도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이 선박평형수를 충분히 채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급선회와 화물결박 등은 부차적인 문제이며, 침몰원인은 선박의 안전을 위한 필수요소인 선박복원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경·해운조합·항만청 등 관계당국 어느 곳 하나 세월호가 복원력을 유지한 채 출항했는지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전문가들은 세월호가 화물을 과적하기 위해 평형수를 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선급이 '세월호 선박복원성 검사'를 한 결과, 복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천30t의 평형수를 실어야 한다.
화물은 987t만 싣도록 했지만 세월호는 적정화물량의 3배 이상인 3천608t의 화물을 싣고 출항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든 선박의 출항조건인 '만재흘수선'(선박이 여객이나 화물을 싣고 항해할 수 있는 최대 한계)을 맞추기 위해서는 과적된 화물만큼 무게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평형수를 빼 무게를 줄였을 가능성이 크다.
또 평형수를 충분히 채울 경우 그 무게만큼 연료 소모도 많기 때문에 평형수를 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항만업계에서는 복원력은 선박 안전의 핵심 요소로 여긴다. 하지만 세월호 출항을 승인한 인천해경이나 운항관리실 등 관계 당국 모두 복원력을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해경이 선사로부터 받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이나 해양경찰청이 고시한 '여객선 안전관리지침'에도 복원력에 대해서는 언급돼 있지 않다. 과적·과승만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선사는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 허위 보고하고 출항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선박이 적정 평형수를 싣는지 여부는 선장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 해경은 출항을 승인할 때 당시의 시계·파고 등을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운항관리실도 만재흘수선만을 확인할 뿐 복원력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운항관리실 관계자는 "승객이나 화물을 일일이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부경대학교 강일권(해양생산시스템 관리학부) 교수는 "선박의 복원성은 운항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자 핵심 요소"라며 "세월호와 같은 대형 여객선은 평형수를 충분히 채워야 하고, 검사기관에서는 검사와 함께 복원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량의 평형수를 채우라는 권고를 할 수 있다.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권고 수준이 아닌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대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준구 국립인천해사고등학교 항해교육부장은 "선사에서 돈 욕심이 난다고 평형수를 배출한다고 하면 최소한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평형수를 배출해야 한다"며 "선사가 같은 구간을 비슷한 화물을 싣고 오래 왕복하다 보면 관례상 선박 복원력에 대한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