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일로 갔다가 이게 무슨 일인지…. 앞으로 어떻게 동창들의 얼굴을 보겠습니까."
여객선 침몰 사고로 실종됐던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생 중 7명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돼 22일 인천시 서구 국제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비보를 듣고 병원에 달려온 동창 계원일(60)씨는 "나도 동행하고 싶었지만 일이 있어서 못갔는데… 동창들이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용유초교 28회 동창생 17명은 환갑을 기념해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 단체여행을 가던 중 여객선 침몰사고를 당했다.
이 가운데 5명은 구조됐고 동창회장 백모(60)씨를 포함해 8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가장 먼저 발견된 백씨의 시신은 이날 오전 장례를 치르고 부평승화원에 안치됐다. 4명은 아직도 실종 상태다.
계씨는 "우리 동창들은 서로 우애가 유별난 기수"라며 "전체 110명 정도 되는데 모임을 열면 35명에서 40명은 기본으로 모인다. 봄이 오면 봄꽃놀이, 가을엔 단풍놀이를 함께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전에 동창회장 친구를 떠나 보내고 지금 또 바로 병원으로 온 것"이라며 "이런 일을 당하고서 앞으로 어떻게 동창들이 예전처럼 모이겠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계 씨는 초교 동창이면서 가족이기도 한 이종사촌 이모(60)씨를 잃어 슬픔이 더했다. 또다른 동창이자 가족인 고종사촌 정모(61)씨는 실종된 상태이다.
생존자를 포함한 동창생들은 이날 오후 늦게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국제성모병원을 찾아 단체로 조문했다.
이들의 초교 6년 선배인 한 남성은 "여행간 것도 몰랐는데 이런 소식을 듣게 돼 너무 놀랐다"며 "착잡하고 우울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들 동창생 대부분과 가족·친지들이 살고 있는 인천 용유도 마을도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다.
용유도의 한 주민(57)은 "용유초교 졸업생도 아니고 사망자 중에 직접적으로 아는 분도 없지만, 기쁜 마음으로 여행갔다가 참변을 당한 마을 분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와 봤다"며 "마을 전체가 초상집처럼 굉장히 침울한 분위기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빈소에 들를 것 같다"고 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