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세월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73)씨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와 관련, 여러 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병언씨는 자신의 교단 구원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정동섭(67) 전 참례신학대 교수, 심재륜(70) 변호사 등을 상대로 각각 소송을 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전 교수는 지난 2004년 '구원파를 왜 이단이라 하는가'라는 책을 썼다가 유병언씨에게 소송을 당했다. 

그는 책을 통해 "구원파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유병언 계열은 교인들의 재산을 착취해 사업에 투자했다", "오대양 사건과 연계되면서 그 영향력이 많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병언이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을 빙자해 활동했고, 1980년대 이후 '녹색회'라는 이름으로 환경 운동을 빙자해 교세를 넓히려 했다", "체계적인 신학수업은 받은 적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울고법은 "책 내용 중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면서도 "정 전 교수로서는 중요한 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정 전 교수는 2007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유병언씨에게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회장 '구원파' 오대양 사건 관련 손배소 진행 중.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자택을 포함한 청해진해운 관계사와 관련 종교단체 사무실 등 1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도 안성시 종교시설인 '금수원'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빠져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심재륜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 오대양 사건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고 지휘했다. 그는 오대양 사건 수사 회고담을 2012년 초 한 월간지에 게재했다가 유병언 씨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심 변호사는 회고담에서 오대양 사건의 사망자들이 조달한 사채가 구원파를 거쳐 세모 측으로 유입됐음을 나타내는 수표 기록이 발견됐다면서 오대양과 구원파, 세모의 관련성을 제기했다.

또한 심 변호사는 유병언 씨와 구원파 신도들에 의해 '구원자'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교단도 유병언 씨에게 구원을 받아야 한다면서 신도들로부터 현금을 거둬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은 심 변호사의 오대양 사건 회고담을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오대양 사장 박순자(사망)씨가 1983~1984년 한 구원파 신도에게 4억6천300여만원 상당의 수표를 송금한 사실, 이 신도의 계좌에서 인출된 수표 1억7천500만원이 세모 측에 전달된 사실, 오대양 직원들이 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사실 등을 모두 인정했다. 

이어 유병언 씨가 구원파에서 '살아있는 예수'로 불렸던 사실, 유병언 씨 장인 권신찬(사망)씨가 목사 자격을 박탈당했고 구원파 역시 대한예수교장로회로부터 이단으로 지목된 사실 등도 인정했다. 

심 변호사 상대 손배소송에서 진 유병언 씨는 항소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 계류 중으로, 다음달 28일 재판이 열린다.

한편, 23일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자택을 포함한 청해진해운 관계사와 관련 종교단체(구원파) 등 10여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