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 안산 올림픽기념관 내 실내체육관에는 장엄한 미사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한 손에 하얀색 국화꽃을 든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숨진 학생들의 영정은 수백송이의 하얀색 국화꽃으로 장식된 제단에 일렬로 세워져 있었으며 조문객들은 헌화할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눈물을 흘렸다.
주민 김모(51·여)씨는 "어처구니없이 희생당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대부분 동네 아이들로 한 집 건너 한 집씩 아이들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일부 조문객들은 분향소에서 '미안하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되뇌었고 헌화를 마친 후에도 2~3시간씩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정오에는 조문객 행렬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오전까지만 해도 100여명씩 줄을 섰지만 낮 12시를 기해 150여명으로 늘더니 순식간에 200여명을 훌쩍 넘었다.
안산시민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주최 측에서 숨진 학생들의 영정사진을 제단에 하나 둘씩 추가로 올려놓을 때마다 울음을 터뜨렸다.
중앙동에서 휴대전화 매장을 운영하는 한모(33)씨는 "마음이 무거워 일찍 가게 문을 닫았다"며 "아이들을 내가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자꾸 미안하다"고 말했다.
분향소에서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시민들의 추모글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못난 어른이라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 추모글은 주위를 숙연케 했다.
단체조문객들도 잇따랐다. 안산지역 게이트볼연합회 소속 어르신 30여명은 손자 같은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 앞에 연신 눈물을 흘렸다.
고등학생 손자를 둔 백모(72·여)씨는 "어떻게 귀한 자식들을 저렇게 많이 하늘나라로 데려갈 수 있냐. 하늘도 무심하시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출근이나 생업을 미뤄두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도 많았다. 충남 천안에서 온 정모(21·대학생)씨는 "뉴스를 보고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바닷속으로 침몰되는 여객선 모습이 마치 내 마음 같았다"며 "동생 같은 아이들을 직접 보고 헌화하려고 수업을 포기하고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유명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탤런트 차인표·신애라씨 부부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희생되신 분들을 위로하려고 빈소를 찾았다"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도 합동분향소를 찾는 등 이날 하루에만 5천600여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분향소는 29일 화랑유원지에 공식분향소가 설치되기 전까지 24시간 운영된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