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비통에 빠졌는데 웬 꽃놀이야?"

세월호 사고 이후 동네 주민 모임 또는 단체별로 워크숍과 야유회 등 미리 잡아 놓은 외부 행사의 추진을 놓고 구성원간 분쟁과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오전 화성시의 한 마을에 사는 주민 10여명은 강원도에 있는 행락지로 야유회를 다녀왔다. 이 마을의 봄나들이는 노인회에서 주관해 매년 20여명이 다녀오곤 했지만, 올해에는 그러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일부 주민들이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은 야유회의 강행을 놓고 전날인 22일 늦은 밤까지 논쟁을 벌여야 했고, 결국 절반가량인 10여명만 이날 나들이길에 나섰다.

그러나 나들이 일정을 끝까지 말렸던 일부 주민들은 경인일보로 전화를 걸어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슬픔을 함께 하지는 못할 망정 꽃놀이를 떠난 같은 동네 주민을 고발하겠다"고 제보를 했다.

이에 반해 야유회를 다녀온 이 마을의 또다른 주민은 "꽃놀이를 간다고 해서 슬픔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나뿐 아니라 나들이를 다녀온 주민 대부분이 60~70살이 넘어 내년에 꽃놀이를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뭐가 잘못됐냐"고 반발했다.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 모임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이날 50여명이 버스 2대를 나눠타고 경상도의 한 유명산으로 관광을 다녀왔다. 이 아파트 주민들 역시 전날 밤까지 야유회 찬반을 놓고 주민들간 실랑이를 벌였다.

이와 함께 수원시 장안구의 한 상가건물 상인회는 오는 26일로 잡아놓은 야유회 일정을 놓고 분쟁이 한창이다.

수개월전 결정한 일정이지만, 상당수 회원들이 "못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회장과 총무 등은 버스와 숙소의 계약금 문제로 강행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회 역시 야유회 전날까지 실랑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