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고모양의 발인식이 열린 23일 오전 인천 승화원에서 고인을 보낸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매일 걷던 동네길 운구행렬
주민들 유족 껴안고 '통곡'
간호사 꿈 위해 공부했던
도서관 들렀다 학교로…

2분단 첫번째 '주인없는
책상' 위로 눈물만 흐르고
선후배 배웅에 먼 길 떠나

'엄마, 잘 다녀갑니다….'

23일 오전 8시30분께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고(故) 고모양의 발인식이 열린 안산 단원종합병원 장례식장. 경인일보는 고양 어머니의 양해를 받아, 고양의 마지막 등굣길을 조용히 함께 했다.

고 양의 아버지는 딸을 찾아 헤매느라 초췌해진 모습을 조금이라도 정리하려고 미용실에 들러 머리도 깎았다. 경황이 없는 가운데 깔끔한 성격의 딸을 위해 정돈된 모습으로 마지막 아침을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차는 먼저 고 양의 집으로 향했다. 유족 30여명을 태운 버스 안은 간간이 흐느낌만 들릴 뿐,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못했다.

8시50분께 고 양이 그렇게 돌아가고 싶었던 집에 도착했다. 고 양의 영정 사진과 위패를 든 유족이 앞장서고, 유가족들이 그 뒤를 따랐다. 고 양은 매일매일 등교했던 길을 천천히 걸었다. 운구행렬에 주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고, ㅇㅇ엄마, 이게 무슨 일이야"라며 이웃 주민은 고양의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눈물을 쏟았다.

이번엔 고 양이 매일같이 다니던 원고잔 도서관에 들렀다. 고 양의 어머니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어. 봉사도 할 수 있고 부모도 챙기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서…. 간호대학 가고 싶다고 공부 참 열심히 했지…"라며 도서관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고 양의 마지막 행선지는 학교였다. 단원고 교사들과 선·후배 등 20여명이 고 양의 마지막 등교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고 양의 운구차가 운동장에 서 있는 모습을 휴대폰 사진기로 촬영했다. 그는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 "이제 마지막이잖아…"라고 말했다.

고 양이 공부했던 교실, 2분단 첫번째 고 양의 자리에 서자 어머니는 결국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유족들은 고 양의 책상서랍에서 문제집, 교과서 등 유품을 담았다. 어머니는 책상 옆에 걸린 신발주머니와 사물함의 체육복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단원고 1층 입구 앞에서 노제가 끝난 뒤 고 양은 인천가족공원으로 떠났다. 밀려드는 예약 때문에 인근 수원, 시흥, 성남 등 화장장에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먼 길을 떠나는 고 양의 영정 사진을 함께 바라보며 어머니가 나지막하게 "학교, 도서관, 집 밖에 모르는 착한 우리 딸, 잘 다녀오겠다는 그 말이 오늘따라 몹시 그립네요…"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