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강한 딸향한 부모 배려
빈소에 노란꽃·웃는 사진
평소 좋아했던 것으로 꾸며
친구들 사온 귤·장난감 수북

아버지와 남다른 부녀지간
억울함 토로 종편인터뷰도


"우리 깨박이, 사랑한다."

꽃다운 나이, 세월호 침몰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모 양의 빈소가 차려진 안산한도병원 장례식장에는 노란색으로 가득하다. 헌화를 위해 준비해 둔 꽃도 노란 장미꽃이다.

김 양의 어머니는 "우리 ○○이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색이 노란색"이라며 "개성이 강하고 명랑했던 딸의 마지막 공간을 남들과 같은 모습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김 양의 영정사진은 익살맞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항상 생글거리며 웃던 김 양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 부모와 친척들,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사진을 전부 모아 가장 김 양다운 사진으로 골랐다.

제단에는 김 양이 좋아했던 미니어처 장난감과 메시지가 적힌 귤이 잔뜩 놓여있었다. 아버지 김씨는 "우리 ○○이가 귤을 무척 좋아했는데, 친구들이 조문올 때마다 이렇게 장난감과 귤을 사온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깨박이는 친구들이 지어준 김 양의 별명이다. 워낙 밝고 유쾌한 성격이라 인기도 많은데다 음악과 연극 연출에도 재능이 있어 스스로 작곡도 하고 연극 대본도 썼다.

사고 당일인 16일,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했다면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연극을 친구들 앞에서 선보였을 것이다.

김 양의 친구 이모(17)군은 "○○이는 정말 재밌고 재주도 많은 친구"라며 "그런 아이가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눈물을 흘렸다.

특히 부녀 사이가 유별났던 터라 아버지의 충격은 더 컸다. 김 양과 함께 시간 보내기를 좋아했던 김 씨는 부품을 모아 김 양과 같이 타고 다닐 미니 스쿠터를 직접 조립하기도 했다.

그런 김 양의 사고소식에 김씨는 곧장 사고지역인 진도로 내려갔다. 아버지는 울고 있지만 않았다. 더딘 구조작업과 실종자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한 종편방송의 인터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1일도 실종자들의 고통을 알리기 위해 방송인터뷰를 하기 직전 김 양의 시신이 인양돼 세간에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씨는 "아직도 우리 ○○이가 살아있는 것만 같다. 얼마 전에도 진도에서 올라와 무심코 ○○방에 들어가 평소처럼 이름을 불렀다. 순간 아이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걸 깨닫고 무너졌다"고 눈물을 흘렸다.

/특별취재반